공유하기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4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당직자회의에서 미리 준비한 A4용지 1장 분량의 메모를 꺼내 “일반인들도 출두 날짜를 조정할 수 있는 게 관례인데 이게 무슨 압력이고 수사 회피냐”고 반박한 뒤 “굿모닝시티의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어떤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당내 율사(律士) 출신 의원들도 거들었다.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검찰과의 조율이) 수사 방해라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 적법 절차를 거쳐 조사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라고 말했고,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지금은 ‘검찰공화국’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 대표 주변에서는 그가 여전히 검찰의 태도와 청와대의 불투명한 입장에 불만스러워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정 대표가 9일 밤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뒤 ‘3차장이 어디 누구를 말하는 거냐’고 되물었다”며 정 대표의 불편한 심경을 전했다.
정 대표는 요즘 거의 매일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부모(정일형, 이태영 박사)의 묘소에 참배하며 괴로운 심정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14일엔 묘소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시련은 얼마든지 주십시오.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낼 용기와 지혜도 주십시오”라며 혼자 기도를 올렸다고 이낙연(李洛淵) 대표비서실장이 전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15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여야 대선자금을 모두 공개하자”고 제안한 뒤에는 기자들에게 “그분(노 대통령)이 개혁 정신이 좀 있잖아”라고 말하며 다소 환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