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대선자금 모금총액은]선관위 신고 160억… 鄭대표 “280억”

  • 입력 2003년 7월 11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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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대선자금 200억원 모금’ 발언이 지난해 민주당의 대선자금 모금 방식과 그 실제 규모에 대한 총체적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대선 전 “법정선거비용 한도 내에서 선거를 치르겠다”고 약속했고 대선 후에는 “우리는 그 약속을 지켜냈다”고 자평했지만, 이제 그 발언의 진실성이 의심받게 됐다.

▽대선자금 총 규모는 과연 얼마?=민주당이 1월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대선자금 수입액은 283억여원이고, 지출액은 266억원이다. 이 수입액엔 중앙선관위의 선거보조금 123억원이 포함된 것이다. 따라서 돼지저금통과 기업 후원금 등 민주당 자체 모금액 총액은 160억원인 셈이다.

그러나 정 대표는 11일 오전 “돼지저금통과 온라인 모금 80억원을 제외하고, 기업 등으로부터 받은 돈이 2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의 말대로라면 모금액 총액은 280억원이 돼 선관위 신고액(160억원)보다 120억원이 많게 된다. 여기서 대선자금 허위 및 누락신고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반면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00억원 모금’을 부인하면서 “돼지저금통과 온라인 모금 80억원을 포함한 총 모금액은 140억∼150억원이다”고 말했다. 돼지저금통과 온라인 모금을 빼면 기업체 등으로부터 받은 금액은 60억∼70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총장의 주장에 대해선 당내에서조차 의구심을 표시한다. 선대위 핵심간부를 지낸 한 인사는 “지난해 11월 말 노 대통령으로 후보단일화가 되자, 5대 대기업에서 10억원씩 총 50억원을 보내오는 등 기업체의 후원금이 쇄도했다”고 말했다. 기업 후원금이 최소 100억원대 이상이라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더욱이 이 총장은 3월에는 대선 때 기업체 100곳을 다니며 120억원을 모았다고 했다가 이것이 파문을 빚자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을 통해 120억원은 돼지저금통 80억원, 지역후원금 6억원이 포함돼 있어 기업 모금액은 34억원이라며 이번과 다른 얘기를 했었다.

▽대선자금 잔여금도 ‘의혹투성이’=이 총장은 “대선자금 중 40억원이 남았는데 1, 2월 당 운영 자금으로 다 썼다. 한 달 운영자금은 20억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비용 제한액(341억8000만원)의 78.0%인 266억여원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민주당 대선 백서는 이와 관련해 “선거자금 확보와 지원이 여의치 않아 각 연락소의 선거운동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밝히고 있다. 40억원이란 거금이 남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당 재정관리에 정통한 당직자들은 “거액의 대선자금 잔여금이 남아 있고, 그 돈은 신당 창당을 위해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며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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