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간 연장여부 특검이 결정" 한나라 '새특검법' 국회제출

입력 2003-06-24 18:44수정 2009-09-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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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4일 새 특검법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새 특검법안을 25일 중 국회에 제출하고 이번 임시국회 내에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단 민주당과 협의를 하겠지만 여야 합의가 어렵다면 국회 본회의 표결도 불사한다는 게 한나라당의 태도다.

새 특검법의 명칭은 일단 ‘남북정상회담 관련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및 관련비자금 비리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로 정했다. 새로 밝혀진 150억원 등 현대 비자금 수사를 위해 ‘관련비자금 비리의혹’이라는 문구를 명칭에 추가했다.

새 특검법이 기존 대북 송금 특검법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수사기간 연장 권한을 대통령이 아니라 특검에 부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구(李海龜) 대북송금진상특위 위원장은 “종전 법은 ‘특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승인받는다’는 내용이었으나 새 법에는 ‘특검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연장할 수 있다’로 바뀌었다”며 “이는 수사기간 연장이 승인사항이 아닌 보고사항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특검 임명 과정에서부터 대통령의 입김을 차단하는 장치도 거론되고 있다. 변협이 특검 후보로 두 사람을 추천하면 국회의장이 한 사람을 선택하고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

그러나 특검도 검찰권의 일부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이 실질적인 특검 임명 권한을 가질 경우 3권 분립 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있어 고민 중이다.

수사 대상으로는 △현대상선의 산업은행 대출금 4900억원 중 외환은행을 통해 북한에 송금된 2235억원을 제외한 2665억원의 용처와 관련된 비리 의혹 △현대건설 싱가포르 지사에서 송금된 1억5000만달러 대북 송금 의혹 △현대전자 영국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1억5000만달러 대북 송금 의혹 △150억원 뇌물사건과 유사한 비리의혹 △대북 송금과 관련된 청와대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의 비리의혹 등으로 윤곽이 잡혔다.

이주영(李柱榮) 대북송금진상특위 간사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새로운 특검 도입 여부는 국회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새 특검법의 수사대상이 기존 특검법에 150억원 부분만 추가된 데 불과하기 때문에 충분히 협상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나 여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역대 특검 수사 내용
기간수사내용성과
옷로비 사건1999.10.19~12.20재벌회장 부인이 고급 의상실을 통해 고위 공직자 부인들에게 로비했다는 의혹-최순영 신동아그룹 전 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 구명을 위해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 연정희씨를 상대로 로비를 시도한 사실 확인.-김태정 전 검찰총장, 박주선 전 청와대법무비서관 구속.
조폐공사파업유도사건1999.10.19~12.171998년 조폐공사 파업을 외부에서 유도했는지 여부-파업유도는 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의 미필적고의로 일어난 것이며 정부나 검찰의 파업유도는 없었다고 결론.-강희복 전 조폐공사 사장 구속.
이용호 게이트2001.12.11~2002.3.25이용호 G&G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정관계 로비 의혹-신승남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씨 구속.-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 전 예금보험공사 전무 구속.
대북송금의혹 사건2003.4.17~6.25현대상선 등을 통한 대북 비밀송금 의혹과 남북정상회담 대가성 여부-산업은행이 현대에 4000억원을 불법대출해줬다는 사실 확인.-현대가 북한측에 4억5000만달러를 송금한 사실 확인.-이근영 전 금감위원장,이기호 전 대통령경제수석,박지원 전 문화관광부장관 구속.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새 특검법' 득실계산 분주▼

여야가 대북 송금 재특검 문제를 놓고 정면 대결을 벌일 태세다.

한나라당이 새 특검법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하자 민주당은 “이번만큼은 눈뜨고 당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천봉쇄를 다짐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한나라당 전방위 공세 대 민주당 원천봉쇄=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략적으로 특검을 무산시켰다”며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다. 새 특검법안 제출에 앞서 23일 대통령 주변 친인척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해 압박수위를 높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고위당직자는 “노 대통령이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한 배경에는 호남 지지층 이탈을 막으려는 ‘정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다면 특검 정국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대응방식을 놓고는 고민이 적지 않다. 극단적인 ‘장외투쟁’을 벌일 경우 최근 잇따른 노조의 파업 분위기와 맞물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큰 데다 ‘국정 협조 중단’도 국정 발목잡기로 비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당분간 국회에서 민생관련 법안 처리에는 협조하면서도 정치적 현안에 ‘비협조’하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당 차원에선 대규모 집회 대신 긴급 당보 발행 등 홍보전에 주력할 방침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새 특검법안 제출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치공세”라며 물리적 저지 방침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30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 봉쇄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민주당측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이 경제는 뒷전에 두고 국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방침.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한나라당이 당리당략에 따라 국회를 운영하면 국민에게 고통만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로 다른 여야의 셈법=한나라당은 특검 공방이 전당대회 후유증을 조기 수습하고 당내 전열을 정비할 수 있는 ‘호기(好機)’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맞물려 새 지도부가 출범하면 전당대회 후 탈당을 예고한 일부 개혁파 의원들을 달랠 명분도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특검 정국은 영남권 공략에 공들여온 여권의 신당추진 전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특검 무산으로 ‘탈 DJ’ 드라이브에 제동이 걸려 영남권 득표전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은 이 틈새를 노려 특검 무산에 반발하는 중간 세력을 우군화하는 홍보전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민주당도 특검 정국을 당 내분 수습의 계기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특히 주류측은 앞으로 신당 추진 과정에서 DJ 노선에 애착을 갖고 있는 온건 비주류를 포섭하는 데 박차를 가할 예정.

당 정세분석국측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부산 경남에서도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반대 목소리가 절반 정도 됐다”며 “영남 민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은 한나라당의 희망사항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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