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수사 ,김홍일-안희정씨 불구속 형평성 시비

  • 입력 2003년 6월 20일 18시 28분


올 4월 초 착수된 ‘나라종금 로비 의혹’ 재수사가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최고위원과 박주선(朴柱宣) 의원 등 정관계 인사 7명의 연루 혐의를 밝혀내고 두 달 반만에 일단락됐다.

그러나 검찰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장남인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 등 이른바 ‘실세’들에 대해서는 불법 사실을 밝혀내고도 불구속 기소에 그쳐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수사 결과=나라종금 로비의 ‘몸통’은 이번 재수사에서 거의 밝혀졌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과 안상태(安相泰) 전 나라종금 사장이 1999년과 2000년 초 나라종금 퇴출 저지를 위해 정관계에 로비 자금을 뿌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핵심 실세인 한 최고위원과 이용근(李容根) 전 금융감독위원장이 나라종금에서 거액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밝혀낸 것은 이번 수사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廉東淵) 민주당 인사위원과 김 의원의 측근인 정학모(鄭學模) LG스포츠단 고문을 구속한 것도 진상에 바짝 접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재수사의 문제점=검찰이 김 의원에 대해 불구속 기소하고 안 부소장의 영장이 두 차례나 기각된 것 등은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의원 처리에 대해 “논의 결과 파킨슨병과 당뇨 등 지병이 있는 김 의원이 구속을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원의 혐의가 박 의원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다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비중을 감안하면 김 의원에 대한 사법처리는 더욱 엄중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의 아들 3형제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측근인 정 고문과 함께 나라종금 사건 이외에도 각종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와 관련, 수사팀 내부에서도 김 의원이 나라종금 로비 연루에 대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점 등에서 수사 초기에는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민주당 구주류측의 정치적 공세에 수사팀이 흔들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안 부소장에 대한 수사도 시원스럽지 않다. 검찰은 안 부소장이 나라종금에서 2억원을 받고, 노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이상호(李相昊) 우리들병원장이 대주주인 A창투사에서 1억9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으나 더 이상의 의혹을 규명하지는 못했다.

▽1차 수사 부실 논란=이번 재수사로 지난해 1차 수사의 부실과 책임문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밝혀낸 ‘로비의 몸통’이 지난해 1차 수사에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수뇌부도 지난해 수사팀의 사건 처리가 미흡했다는 점을 20일 인정했다. 지난해 수사팀은 안희정 염동연씨의 의혹을 알고 있었으나 사안이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 지휘부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재수사 결과는 지난해 수사팀이 정치권 등 외압 때문에 수사를 축소 혹은 중단했는지를 밝혀야 하는 또 다른 과제를 남긴 셈이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안희정은 정치자금, 나는 뇌물이라니…”…박주선의원 “검찰, 정치보복성 표적수사” 주장

민주당 박주선(朴柱宣) 의원은 20일 “옷 로비 사건 때도 억울하게 기소돼 무죄판결을 받았는데 검찰이 또다시 ‘이중 잣대’를 들이대 정치보복성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 기자실을 방문해 ‘검찰의 구속영장청구에 대한 입장’이라는 문건을 배포하고 “안상태(安相泰) 전 나라종금 사장은 호형호제하는 동향 선배며 인간적 측면에서 대가성 없는 순수한 정치자금으로 내 동생에게 돈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특히 “똑같은 사안에 대해 안희정(安熙正)씨에게는 정치자금법을 적용하고 나에게는 특가법상 뇌물수수 및 알선수재를 적용한 것은 검찰이 이중 잣대를 들이댄 형평성을 잃은 처사”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또 “수사검사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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