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남씨 지난3월 극비귀국]출국후 비리의혹 수사 흐지부지

입력 2003-06-17 18:52수정 2009-09-29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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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이 비밀리에 귀국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각종 권력형 비리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씨의 혐의를 검찰이 얼마큼 파헤칠지 주목된다.

▽안씨의 행적과 관련 의혹=안씨는 2001년 11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380여평을 매입, 이른바 ‘가족타운’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건설교통부 장관직을 한 달여 만에 사퇴한 뒤 돌연 일본으로 출국했다. 당시 안씨 주변에서는 지병 치료를 위해 출국했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당시 검찰은 ‘이용호(李容湖)게이트’ 특별감찰본부를 설치해 이 사건 재수사에 착수하고 있었다. 국회는 이와 별도로 이용호게이트 특별검사법을 제정, 차정일(車正一) 특검팀이 출범하기 직전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 연루된 안씨는 수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안씨가 출국한 직후부터 검찰의 수사는 속도가 붙었다. 특검 수사를 통해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의 동생 승환(承煥)씨가 안씨에게 감세 청탁한 사실이 안씨의 출국 석 달 후(지난해 2월) 확인됐다.

이런 정황으로 미뤄볼 때 안씨의 출국은 지병(평활근육종이라는 전립샘 근처의 근육암) 치료보다는 도피성이었다고 보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실제 안씨는 올해 3월 귀국 후 서울 S병원에서 2개월간 치료를 받았지만 거동에는 큰 불편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문가들은 “평활근육종은 다른 암에 비해 치사율이 낮기 때문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안씨가 대통령선거기간을 넘겨 새 정부가 출범한 뒤인 올해 3월 비밀리에 귀국한 배경도 의문이다. 그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던 인물이었다. 귀국 사실이 드러날 경우 본인과 정부 당국이 난처한 입장에 빠질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안씨가 올해 입국한 지 3일 뒤 곧바로 입원, 6월 4일까지 2개월간 장기 입원치료를 받은 것은 귀국하기 이전부터 관계당국과 사전 조율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다.

▽검찰의 움직임=검찰은 일단 “현재 안씨는 특정 사건과 관련해 입건된 사실이 없고 혐의도 드러나지 않아 당장 조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씨가 개입된 사건들이 단순청탁 사건이 아닌 권력형 비리였다는 점에서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 이는 정치권과 공직자가 결탁된 비리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자칫 검찰이 내세우는 ‘엄정한 공직사정’ 구호가 퇴색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안씨가 귀국한 뒤 의혹이 확산되고 있어 안씨를 불러서 각종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검사는 “수사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며 “안씨와 관련된 또 다른 의혹이 불거질 경우 수사 착수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아있는 안씨 의혹=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해 4월 안씨가 김홍업(金弘業)씨측으로부터 한국미스터피자의 감세 청탁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해외에 있는 안씨에 대해서는 수사를 종결했다. 이 피자업체는 매출금과 수익금을 알 수 있는 각종 장부와 전표를 파기하는 바람에 실제로 안씨가 개입, 세금감면을 해주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홍업씨가 추징금 부과 이후 이 업체로부터 ‘사례비’ 성격으로 7000만원을 받았다는 점에서 세금감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7월 홍업씨가 삼보판지의 모범납세자 포상 등급을 올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고 이수동 전 아태재단 이사를 통해 안씨에게 청탁한 사건도 명쾌하게 끝나지 않았다. 이 밖에 정치권이 제기하고 있는 수십억원대의 재산축적 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수사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野 "범법혐의 安씨 즉각 구속수사를"▼

안정남(安正男) 전 국세청장이 올 3월 말 극비 귀국한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권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안씨가 귀국한 지 두 달여가 지나도록 검찰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점에 의혹을 제기하며 즉각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안상정(安相政) 부대변인은 17일 성명을 내고 “안씨는 앞에선 ‘이기붕 집을 불사르는 기백’ 운운하면서 국세정의를 강조하고, 뒤에선 강남의 가족타운을 마련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질렀던 표리부동한 인물”이라며 “이 중대한 범법 혐의자가 지난해 5월에도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했다니 과연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 부대변인은 이어 “안씨가 수시로 들락날락거린 사실을 검찰이 내버려둔 것이라면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검찰은 이제라도 파렴치 권력비리 혐의자인 안씨를 즉각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도 이날 기자와 만나 “안씨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해선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철저히 추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안씨의 극비 입국 사실이 자칫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의 권력형 비리 전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다시 증폭시킬지 모른다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평수(李枰秀) 부대변인은 비공식적으로 “안씨는 신병치료차 일시 귀국한 것으로 안다”며 “위법사항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처리되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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