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心 신당개입으로 기우나

  • 입력 2003년 6월 17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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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부산지역 선대위 핵심 인사들과의 청와대 만찬(14일)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전국정당화의 의지를 밝힌 것을 계기로 여권 안팎에서 노 대통령이 신당 논의에 개입하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이날 참석자들과의 대화 과정에서 “내년 총선에서 10석밖에 얻지 못하더라도 전국정당을 지향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얘기까지 나돌자 ‘노심(盧心)’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이 얘기에 대해 청와대측은 공식적으로 “지역에 기반을 둔 정당구조 해소와 지역통합을 강조했을 뿐이며 ‘10석’이란 숫자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만찬에 참석했던 정윤재(鄭允在) 부산 사상지구당위원장도 “한 참석자가 ‘의석수에 연연하지 말고, 개혁적 방향으로 신당을 해야 한다’고 하자 대통령이 ‘걱정이 많겠지만, 배가 산으로 가지는 않는다. 인내를 갖고 기다리면 다 잘될 것이다’고 대답한 것이 전부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노 대통령이 신당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한 참석자가 만찬 직후 ‘소수가 되더라도 개혁신당을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것 같더라. 걱정이다’는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당파 의원들이 독자 신당 창당을 결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달 말경에는 노 대통령의 가시적인 언급이나 행동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노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을 점치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신당파 의원들은 “노 대통령이 비록 ‘10석’ 발언을 했더라도 전국정당화라는 종전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역설적 표현일 뿐”이라며 큰 무게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강래(李康來) 의원은 “영남권 인사들이 자기들 유리하게 대통령의 말을 부풀려 해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비주류측은 노심이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 속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분위기다. 최명헌(崔明憲) 의원은 “노 대통령의 진의가 뭔지 모르겠지만, 개혁신당 창당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면 당내 통합을 위한 협상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대통령의 결단은) 결과적으로 엄청난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신 정계개편이다’ ‘나라가 어려운데, 대통령이 민생은 안 챙기고, 신당 문제에 매달리느냐’고 비판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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