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내 발언 진의 파악해 전달해 달라"

  • 입력 2003년 5월 30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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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0일 28개 언론사의 편집국장 보도국장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정운영 시스템과 자신의 거친 발언, 경제 불안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너무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통령은 국책만 쥐고 나머지는 부처에 맡기려 한다. 그런데 (부처에서) 자꾸 들고 와서 결정을 묻는다”며 “오랫동안 대통령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문화 속에서 살아온 탓에 대통령의 말은 크게 보도되고, 총리의 말은 보이지 않는 환경적 요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하는 과정에서 역설과 반어법을 통해 분위기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참모들은 언론 환경에 맞춰서 말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언론도 (내 발언의) 진의를 파악해 전달해야 한다”며 언론 보도에 불만을 표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봐달라. 더 못 견디겠다. 대통령의 말보다 신문을 보고 국민이 더 용기를 낼 것이다. 어려울 때 국민이 걱정 안 하도록 도와 달라”며 언론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최근 제기된 형 건평(健平)씨 부동산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신문을 보면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이 부끄럽다.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가 하고 골똘히 생각해봤다. 나도 인간이지 않느냐. 보증인에게 손해를 주었는데 늠름하면 가슴에 철판을 깐 것이다. 그래도 정몽준(鄭夢準)씨와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경제 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20년 이상 노동자 편에 서 있는 것이 각인이 돼 쉽사리 벗기는 어렵겠지만, 불안감 해소를 위해 굉장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도 전력 등 국가 기간망(網)산업의 민영화 문제에 대해 “민영화해서 유리하다는 보장이 없다. 계속 간다”며 민영화를 재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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