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주변의혹 해명]이기명씨 용인땅 매매 의문점

  • 입력 2003년 5월 29일 06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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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후원회장 출신인 이기명(李基明)씨가 경기 용인시 땅(구성읍 청덕리 산 27의 2·2만평)을 팔아 장수천의 남은 빚 18억8500만원을 대신 변제한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이날 해명으로 돈 조달 경위에 대한 의혹은 풀렸으나 그래도 여전히 궁금한 대목이 많다.

우선 첫 매수자는 복지회관을 짓기 위해 2002년 8월 이 땅을 28억5000만원에 매입키로 하고 이씨에게 올 2월까지 계약금과 중도금, 잔액 일부 등으로 모두 19억원을 지불했으나 뒤늦게 한전 철탑이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 땅의 등기부상에는 이미 2002년 2월 14일 한전이 5123m²에 대해 임차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따라서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포기했다는 건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또 두 번째 매수자(S산업개발)가 올 2월 28일 아파트형 노인복지시설을 짓겠다며 첫 매수자보다 무려 12억원이나 많은 40억원에 이 땅을 계약한 것도 궁금한 부분이다.

노 대통령은 물론 첫 매매의 경우 이씨가 (노 대통령이 소개한 사람에게) 급하게 땅을 처분하려다 보니 시가보다 훨씬 싸게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땅의 공시지가는 평당 4만3000원으로 S산업개발은 공시지가의 무려 5배나 되는 평당 약 20만원을 주고 이 땅을 산 셈이어서 현 시세와 큰 차이를 보인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는 “이 땅은 한전 송전선로가 지나가고 땅의 대부분이 산 정상에 걸쳐있는 급경사인 데다 보전임지여서 평당 10만원 선이면 잘 쳐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S산업개발에 돈을 빌려주고 이 땅에 근저당을 설정한 농협도 평가액을 29억8500만원으로 잡고 58% 수준인 17억3000만원을 S산업개발에 대출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 관계자는 “감정평가기관에 의뢰해 나온 감정가와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법하게 대출해 줬다”고 설명했다.

이씨와 S산업개발이 체결한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S산업개발은 노인복지시설 및 양로시설을 건립하기 위해 이 땅을 산 것으로 확인됐다.

용인시 관계자는 “보전임지에는 농어촌시설과 종교시설, 폐기물시설 등과 함께 노인시설 등 사회복지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고 말해 사업 자체에는 별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땅을 40억원에 산 S산업개발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아 궁금증을 주고 있다. 이 회사는 자본금이 1억원으로 땅 매매계약일(2월 28일) 직전인 2월 20일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이 회사가 혹시 노 대통령이 언급한 ‘호의적 거래’를 해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또 이 땅은 2001년 3월 5일 K씨가 매매계약을 체결해 K씨 명의로 소유권 이전 청구권 가등기가 설정된 상태였는데 첫 매수자가 가등기 해제도 없이 19억원을 지급했다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K씨의 가등기는 올 3월 3일 해제됐다.

은행 관계자는 “타인 이름으로 가등기가 돼 있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19억원을 줬다는 건 토지주와 매수자가 아주 특별한 관계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첫 매수자에게서 계약 포기 대가로 위약금 2억원을 받았고 또 S산업개발에서 첫 매수자보다 12억원이나 더 많은 땅값을 받게 돼 결과적으로 14억원의 이득을 본 셈이다.

용인=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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