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검, 현대 對北사업 정부개입 의혹

  • 입력 2003년 5월 26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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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2000년 6월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 관련 인사들을 우선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대출 관련 부분을 본 사건(대북송금)에서 떼어내 이번 주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라며 “통상을 벗어나는 대출 부분에 대해 (사법)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출 관련 인사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된 이근영(李瑾榮) 전 금융감독위원장 외에 당시 대출 실무를 총괄한 박상배(朴相培) 전 산은 부총재와 대출 만기 연장을 승인한 엄낙용(嚴洛鎔) 전 산은 총재 등이 추가 사법처리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또 대출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가 드러나면 한광옥(韓光玉·구속)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등도 사법처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특검 관계자는 “이번 주 중 한광옥 전 실장, 이기호 전 수석,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등을 소환 조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날 소환조사를 받고 귀가한 엄 전 총재는 오후에 자택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외출했다.

특검팀은 또 이날 2000년 12월 도입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현대측의 대북송금에 대한 대가지급 차원에서 시행됐다는 의혹과 관련, 최중경(崔重卿)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검팀은 최 국장을 상대로 당시 금융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도를 도입한 배경과 지원이 현대 계열사에 집중된 경위 등을 조사했다.

한편 특검팀은 현대가 5억달러 대북 송금의 이유로 내세운 ‘대북 7대 사업’이 사실상 정부의 개입 아래 이뤄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와 관련해 △현대측이 2000년 8월 북측과 체결한 7대 사업 협의서 △금강산 관광개발 사업 당시 현대의 대북 송금 경로 등을 분석하고 있다. 특검팀은 현대의 송금 과정이 국가정보원의 협조로 이뤄지는 등 일반적인 대북 투자금의 송금과 달랐던 점을 감안, 정부가 사업 추진에 개입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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