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씨 구속영장 또 기각]‘安 정치자금’ 수사 일단 제동걸려

  • 입력 2003년 5월 24일 0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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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2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두 번째 기각했지만 안씨가 받은 정치자금의 실체와 성격을 놓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담당법관은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밤늦게까지 수사 기록을 검토한 끝에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30일에 이어 다시 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안씨가 받은 정치자금에 대한 검찰수사는 일단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이 안 부소장을 사건 관련자들과 격리시킨 뒤 그가 받은 돈의 성격을 수사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안 부소장이 받은 ‘정치 자금’의 실체와 관련된 새로운 사실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번 영장기각으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속단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수사에서 안 부소장이 99년 7월 생수회사인 오아시스워터사를 운영할 당시 정치자금 3억9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그가 받은 돈 중 2억원은 나라종금 대주주였던 김호준(金浩準) 전 보성그룹 회장의 돈이었고 나머지 1억9000만원은 A창업투자사 대표 곽모씨를 통해 전달됐다.

검찰은 첫 번째 영장기각 이후 나름대로 보강 조사에 심혈을 기울여 A사의 대주주가 올 1월 노 대통령의 척추를 수술했던 이상호(李相昊) 우리들병원장이라는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이 원장은 노 대통령이 운영에 관여했던 생수회사인 ㈜장수천의 주식을 보유하는 등 90년대 초반부터 노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인물.

금융감독원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해 말 부인과 함께 A사의 지분 82.5%를 보유했으며 곽씨는 2%의 지분만을 갖고 있을 뿐이었다.

검찰은 곽씨가 안 부소장에게 돈을 전달했던 99년과 안 부소장이 A사의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생수회사를 매각했던 2000년 9월에 이 원장이 이 사실을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이 원장의 관계, 곽씨의 지분 소유 등으로 볼 때 안 부소장에게 제공된 정치자금이 처음부터 노 대통령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검찰도 곽씨가 효근씨와 마찬가지로 노 대통령과 안 부소장의 관계를 알고 자금을 제공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안 부소장이 1억9000만원에 대해 일부는 시인하고 일부는 모른다고 진술한 것도 묘한 여운을 남기는 대목. 앞으로 안 부소장의 진술 여하에 따라서는 자금의 전달 경위와 성격에 대해 노 대통령이 직접 해명해야 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두 번째 영장 기각으로 안씨가 받은 돈의 성격은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만 거세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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