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씨 재소환 직전 지인들에 e메일로 억울함 호소

  • 입력 2003년 5월 23일 18시 39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이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과 관련해 22일 검찰에 재소환되기에 앞서 지인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23일 밝혀졌다.

안 부소장은 검찰 출두 직전인 22일 새벽에 작성해 e메일로 발송한 편지에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해명할 기회가 주어져 내심 반가웠으나 검찰은 내가 들어가자마자 거두절미하고 구속시키려 해 억울하고 황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논거는 내가 구속되지 않으면 ‘봐주기 수사’라고 언론이 공격해댈 것이기 때문에 무조건 구속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일부 수구언론은 노 대통령의 도덕성을 공격하기 위한 소재로 나라종금 수사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동교동 구실세는 구속되고 신실세는 불구속된다는 기사를 통해 현 정권과 호남 민심을 분리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10여년을 노 대통령과 함께하면서 이 땅의 민주주의와 희망찬 조국의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며 “내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된다면 유수한 모든 시민단체들의 수입도 같이 이 자리(구속)에 앉혀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의 일개 비서로 나 자신을 한정하고 싶지 않았다. 개혁을 외치는 우리 젊은 놈들이 제비집에서 어미가 물어오는 먹이나 기다리는 제비새끼가 될 게 아니라 작은 힘이나마 그와 고통을 분담하려 했다”며 “우리는 지난 시간 동안 단 한번도 반대급부를 주고 뇌물을 받을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안 부소장은 이 e메일을 보내면서 “받은 분들에게만 읽히길 바란다”며 비공개를 요청했으나 국가전략연구소 관계자들이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은 ‘봐주기 수사’ 비난을 피하기 위해 무조건 구속시키려 했다는 안씨의 주장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에서 평범한 시민이나 잡범과는 달리 관련자들에 대해 법률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잘못된 처분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안씨가 자신의 정치적 야망 실현을 위해 다른 사람을 ‘도구’로 이용하려는 위험한 발상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정치권에서도 일부 의원들은 “좋은 정치인을 돕기 위해 돈을 받은 게 무슨 죄냐는 논리인데, 그렇다면 나쁜 정치 하겠다고 돈 받는 정치인도 있느냐”며 “그런 식이라면 돈 받은 정치인은 모두 무죄라는 얘기가 된다”고 반박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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