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평씨 의혹 청와대해명-의문점]돈출처-금액 왜 안밝히나

  • 입력 2003년 5월 22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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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친형 건평(健平)씨의 재산 관련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실은 22일 한나라당 김문수(金文洙) 의원의 문제제기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고, 김 의원은 즉각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고 맞불을 놓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별장 및 카페 신축의 적법성 여부=문제의 별장 2채가 들어선 곳은 경남 거제시 일운면 구조라리 710(2층 주택), 738(단층주택). 건평씨는 710번지 땅은 81년 1월, 738번지 땅은 83년 2월 각각 구입했다.

첫 번째 쟁점은 건평씨가 토지 매입 후 건축허가를 받기 전까지 거제에 실제 살았는지 여부다. 건평씨가 실제 살았는지는 건축허가의 주요한 조건이 된다.

청와대측은 “건평씨가 이 땅 위에 컨테이너 등을 설치해 실제 숙식하면서 유자나무 500그루를 심어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거제 현지 취재결과는 다르다.

건평씨가 구조라리로 주소를 옮기고 컨테이너를 설치, 유자농장을 조성한 시기는 별장 허가를 받기 전인 93년부터 96년 사이이며, 98년 주소를 경남 김해시 진영읍으로 옮긴 뒤에는 현지에 살지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건평씨와 잘 알고 지냈다는 거제시청 전직공무원 A씨(44)도 “90년대 초중반에는 건평씨가 일주일에 3, 4일은 구조라리에 머물면서 유자농사를 지었다”고 말했다.

청와대측이 “건평씨는 98년 3월5일 주택 2채를 짓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으로부터 공원 사용 허가를 받았다. 당시 부지는 취락지구여서 외지인, 현지인 구분 없이 주택건축허가는 적법하게 나왔다”고 주장한 것도 논란거리다.

해당 토지가 취락지구라 하더라도 현지 주민 주거용이거나 외지인이 주거 목적으로 들어갔을 때 건축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건평씨의 가족이 모두 당시 진영에 살았던 점으로 미뤄볼 때 ‘주거용’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당시 구조라리 710번지 일대는 마을은커녕 집 한 채도 없는 밭이었다.

▽리스 대출상환 돈의 성격 논란=건평씨 등이 연대보증을 섰던 생수제조회사 장수천의 채무 상환과정도 논란거리다.

청와대측은 “장수천의 한국리스여신에 대한 채무는 연대보증인이었던 건평씨가 진영의 땅을 경매해 충당하고, 다른 연대보증인인 이기명(李基明)씨가 나머지 돈을 갚아서 건평씨의 구조라리 토지에 대한 가압류가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설명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이었던 이씨가 나머지 돈을 갚았다고 했지만 그 돈의 성격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대선 잔여금의 의혹 등이 있는 만큼 자세한 돈의 성격을 밝혀라”고 주장했다.

이씨가 변제한 돈이 얼마인지, 이를 무상으로 도와준 것인지에 대한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가압류된 경기 용인 땅을 팔아 대신 갚았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악의적 공세다”고 반박하고 있다.

건평씨가 20일 일부 언론에서 “(2002년 4월) 거제의 구조라리 땅을 알고 지내던 박연차(朴淵次) 태광실업 회장에게 팔아 (장수천) 빚을 갚았다”고 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이 지난해 김 의원을 상대로 낸 고발장에도 “구조라리 토지는 생수사업 보증으로 인한 채무상환을 위해 매각된 상태”라고 돼 있다.

건평씨 주장대로라면 5억원 정도로 알려진 거제 땅 매각대금이 장수천 채무 상환에 사용됐는데도 청와대의 설명엔 이 대목이 빠져버린 것이다.

결국 거제 땅 매각대금의 사용처는 ‘공중에 떠버린’ 셈이다. 김 의원은 “이는 한국리스여신의 채무변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건평씨가 처남인 민모씨에게 구조라리 땅을 ‘명의 이전’한 것임을 스스로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제 연륙교 부근 땅 매입 경위 =건평씨가 거제 연륙교(부속섬 가조도를 거제 본섬에 연결하는 다리) 주변인 성포리 317 일대 4필지를 구입한 경위에 대한 청와대의 설명도 시빗거리다.

청와대측은 “거제시 공무원 황요병씨(44)가 모 상호신용금고로부터 2억원을 대출받을 때 보증을 섰다가 피해를 봐서 땅을 넘겨받았다”고 했으나 황씨는 22일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했다.

한나라당은 “이 땅의 등기부상 전 소유주가 공무원이 아닌 강모씨로 돼 있다”며 사실관계에 대한 청와대의 추가 해명을 촉구했다.

▽기타 의문점=청와대측은 건평씨가 경진토건과 정원토건에 이사와 감사로 각각 등재돼 있는 데 대해서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진토건은 사업실적이 미미해 지난해 5월11일 등록을 반납했고 정원토건도 99년부터 2001년까지 3년간 연간 평균매출액이 1억3400여만원에 불과한 영세업체라는 설명이었다.

이에 김 의원은 “평소 자기 재산이 없다던 건평씨가 자본금 5억원(경진토건), 2억원(정원토건)씩이나 되는 건설회사를 어떻게 소유할 수 있었는지가 핵심적 의문”이라며 경위 해명을 촉구했다.

건평씨와 그의 구조라리 땅을 매입한 박연차 회장과의 관계도 석연치 않다. 건평씨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전부터 알고 있던 박 회장에게 땅을 팔았다”고 했으나 박 회장은 여러 차례 “건평씨는 알고 지냈지만 처음엔 그가 땅 주인인 줄도 몰랐다. 대통령에게 재정 후원을 했다는 것도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건평씨 주변 인사들을 통한 재산은닉 의혹도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건평씨의 집안일을 도와주는 백모씨가 마땅한 재력이 없으면서도 96년 1월 경남 김해시 진영읍 임야 2만8760m²를 매입한 경위 등에 대해 “땅의 실소유주를 밝혀라”고 주장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거제=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나머지 빚 상환 나는 모른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형 건평(健平·61·사진)씨는 22일 경남 거제시 구조라리 땅과 별장 2채를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 판 것은 자신의 부탁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는 박 회장측이 “누구의 땅인지 몰랐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으로 일종의 ‘프리미엄 얹어주기’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고 있다. 건평씨는 이날 기자들이 자택을 방문하자 지인 3명과 검은색 벤츠 승용차를 타고 “밖에서 점심을 하고 오겠다”며 외출했다가 20분간 전화인터뷰에 응했다.

―구조라리 땅을 가압류 직전 왜 처남 명의로 해주었나.

“옛날부터 처남, 장모 돈을 많이 가져다 썼다. 갈수록 가산이 기울고 보증서서 날리고 하니까 처남, 장모, 아내가 불안해 했다.양심상 그동안 빌려 쓴 돈을 보상해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자는 모르지만 만약 이 땅이 팔리면 그 돈을 가져가라고 근저당을 해 줬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태광실업 박 회장에게 구조라리 땅을 팔게 된 경위는 ….

“1800평가량 되는 땅을 내놔도 팔리지 않고 해서 평소 알고 지내던 태광실업 전무에게 제의했다. 도와주는 셈치고 이 땅을 박 회장이 사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5억원에 팔았다. 땅값 3억8000만원, 2채 건물값(30평, 58평) 1억2000만원 정도라고 계산하면 된다.”

―박 회장을 잘 아나….

“전부터 알고 지냈다. 같은 지역에 사니까 지역에서 단체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거제시 사등면 성포리 땅은 개발계획을 미리 알고 투기했다는 의혹이 있다.

“97년경 거제시 공무원인 사람에게 2억원짜리 재정보증을 서줬다. 그 사람이 구속돼 보증금을 내가 다 갚았다. 나중에 사기죄로 고발한다고 하니까 이 손해에 대한 대가로 그가 갖고 있던 연륙교 관련 땅을 주었다.”

―개발보상을 받으면 큰 돈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공시지가를 떼 봐라.”

―그런데 왜 빚 26억원의 가압류 대상이 되나.

“채권자들이 내 재산을 모두 확보하다 보니 그런 것이다.”

―가압류는 어떻게 풀었나….

“12억원을 내가 갚았다. 채권자측이 김해시 진영읍 여래리 땅 300평을 경매에 부쳐 낙찰대금을 받아갔다. 내 재산이 날아갔다.”

―나머지는….

“14억원 정도 남아있는 줄 아는데 채권 채무자들이 알아서 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모른다.”

김해=조용휘기자 silent@donga.com

▼이기명씨 "용인땅 팔아서 건평씨 빚 갚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李基明·사진)씨가 노 대통령의 형 건평씨에 대한 재산 가압류 해제 관련 의혹을 규명할 핵심 인물로 부상하고 있다.

청와대는 22일 이씨가 장수천 대출금의 일부를 갚았다고 밝혔고, 또 지난해 대선 당시 안희정(安熙正) 후보정무팀장도 “보증인 6명 중 1명인 이기명 후원회장의 용인 땅 12만평이 현재도 압류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건평씨가 “진영읍 땅이 경매에 낙찰돼 12억원을 갚았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씨는 나머지 보증인으로서 18억원 이상을 변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씨는 이날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보증인이 필요해서 서줬다. 용인 땅 2만4000평이다”며 “가압류됐는데 다행히 사려는 사람이 있어 제값을 받고 팔아 변제했다”고 말했다. 그는 “후회는 없다. 법적으로 책임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방송작가 출신인 이씨는 15년간 노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맡아온 핵심 측근. 최근 노 대통령의 무보수 ‘문화특보’에 내정됐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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