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국무회의서 전교조 비난 “권력 찬탈한 정부 아닌데…”

  • 입력 2003년 5월 20일 2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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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익집단의 국가권력에 대한 잇따른 도전에 분노를 터뜨렸다. 그동안 정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마찰을 빚어 온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도입여부가 도화선이 됐다.

노 대통령은 “일개 교원단체인 전교조가 국가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굴복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참여정부의 정통성이 훼손되는 것처럼 비치는 현 상황에 대해 못마땅해 했다. 그는 “이 정권은 권력을 찬탈한 부적절한 정권이 아니고, 일부 비판이 있지만 아직도 여론조사에서 60∼70%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석했던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노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광주 5·18행사 방해, 전교조의 집단 연가 결정 등 최근 상황에 대해서 기분이 상해 있는 것 같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회의에선 “국무회의가 받아쓰기 대신 토론이 지배하도록 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선언대로 각 부처 장관들도 견해를 피력했다.

윤영관(尹永寬) 외교부 장관은 “전교조 지도자가 80년대식 권위주의 투쟁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대통령 견해에 동조했다.

그러나 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은 반대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전교조의 순기능을 지적하면서 “처벌 위주로 흐르면 비(非)조합원도 덩달아 집단행동에 나선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출신인 지은희(池銀姬) 여성부 장관도 “전교조가 80년대식 정서를 갖고 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며,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만큼 파트너십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윤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윤덕홍(尹德弘) 교육부 총리는 “전교조의 연차휴가 투쟁으로 교단의 심각한 갈등이 빚어졌다”며 “깔끔하게 해결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노 대통령은 내달 13일 미군장갑차 여중생 치사사건 1주기를 맞아 대규모 시위가 예상된다는 보고에 대해 “의사표시는 자유지만, 외교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제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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