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의 여론을 움직여야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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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에 도착한 11일 워싱턴 포스트는 기다렸다는 듯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관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내용은 물론 부정적 평가 일색이다. 미국의 유력 신문이 노 대통령의 방미에 맞춰 북한 지도자를 ‘잔인한 독재자’로 묘사한 장문의 기사를 게재한 것은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핵무기를 갖고 전 세계를 조롱하는 독재자는 용납할 수 없다, 김정일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하라’는 메시지를 노 대통령에게 보낸 것은 아닐까.

뉴욕 타임스도 같은 날 ‘미 정부는 이라크전에서 북한 지도자를 겁주는 방법을 배웠다’는 내용의 자극적 기사를 실었다. 노 대통령을 환영하는 기사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미 주요언론이 약속이라도 한 듯 ‘위험한 북한’을 부각시킨 것이다. 김 국방위원장을 비판하는 우회적 방법으로 노무현 정부에 대한 반감과 경계심을 표현한 미 언론의 태도는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미 행정부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해외출장 중이다. 한미 정상이 북핵 주한미군재배치 등 중요한 외교 현안을 논의하는데 주무장관은 노 대통령의 방미기간 내내 외국에 나가 있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미 정부가 노 대통령과 대표적 비둘기파인 파월 장관이 만날 기회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은 아닌가.

미국의 냉랭한 분위기는 한미 양국 사이에 있었던 갈등과 오해의 산물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미국 여론의 방향을 돌리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다행히 노 대통령은 어제 “미국 조야의 의구심을 해소하겠다”고 다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일부 미국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과 공영방송인 PBS와의 회견 등 예정된 모든 기회를 활용해 불신 해소에 진력해야 한다.

미 여론이 움직이지 않는 한 한미동맹관계의 완전 회복은 어렵다. 노 대통령을 반미주의자로 보는 일부 미국인의 시각을 시정할 책임은 노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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