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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5월 8일 18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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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보유-체제붕괴 둘다 원치않아 ▼
북한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조성되고 동아시아에 군비경쟁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에서 중국은 유일한 핵 보유국이다.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선언하게 된다면 일본이 핵을 포함하여 재무장하게 되고, 대만이 핵무장하게 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 전개를 결코 원하지 않을 것이다. 동북아에 평화와 안정이 유지되지 않으면 중국이 목표로 하는 경제성장을 계속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일부 학자들은 중국의 대(對)북한 영향력을 촉구하기 위해 일본의 핵무장을 카드로 중국과 협상할 것을 제시한다. 동아시아에서 미국과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라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역내의 핵무장화라는 음모론도 있다. 혹은 북한 핵문제는 중국이 풀어나가게 해야 한다는 미국의 무임승차(free ride)를 주장하기도 한다.
핵무기가 있다고 시인함으로써 북한은 핵개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또한 북한은 이미 제네바 합의를 어겼으므로 또 다른 합의를 이룬다 해도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북한의 김정일 정권과는 대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북한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3자회담을 주선한 중국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그렇게 할 의지가 있는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 부족분의 절반 이상과 에너지 부족분의 대부분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이 이를 중단한다면 북한은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될 것이다. 2월 말에 중국은 보수작업을 이유로 북한에 3일 동안 가스공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은 경제지원 삭감이 북한 경제에 미칠 절대적인 영향력을 환기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경이 맞닿아 있는 북한의 붕괴는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뿐만 아니라 동북3성의 경제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를 원치 않는다. 따라서 중국이 능력은 있지만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제재적 행동에 동참하려는 의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에 경제제재를 취할 경우에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유엔 헌장 7장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 경제제재를 강제적으로 시행할 경우 해상봉쇄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우발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중국은 핵을 가진 북한을 용인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의 군사제재를 용인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에 대북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보이게 될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두 상황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따라서 중국은 주도적인 중재 노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의 능력과 의지가 일치할 수 있음을 지렛대로 영향력 확대를 꾀하려 할 것이다.
▼中, 너무 늦게 개입땐 통제력 상실 ▼
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자임하는 중국마저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김 위원장은 직시해야 한다. 이를 묵과한 채 북한이 재처리를 비롯하여 중국의 관용의 한계를 넘게 된다면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 행사 의지가 실현되어 북한의 붕괴가 가속될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중국의 입장을 냉철히 인식하여 핵을 담보로 한 생존게임(survival game)을 중단해야 한다.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북한의 안전을 원한다. 너무 늦게 개입하면 자칫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될 위험성이 크다. 중국은 보다 적극적으로 대화를 중재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안인해 객원논설위원·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yhah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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