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황장엽씨 방미, 이번엔 막지 마라

  • 입력 2003년 5월 5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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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 방문을 요청하는 친필 서신을 미 의회의 실력자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2000년 11월 제시 헬름스 당시 미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이 처음 황씨를 초청한 이후 미 의회와 민간단체가 수차례에 걸쳐 추진해온 황씨의 방미가 노무현 대통령 정부에서는 성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결론부터 말해 정부는 북한의 실상과 전략을 미국에 전달하겠다는 황씨의 뜻을 더 이상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전임 김대중 정부는 ‘신변안전’을 이유로 황씨의 방미를 끝내 허용하지 않았으나 명분이 군색해 보였다. 미 국무부는 그동안 황씨가 방미할 경우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기 때문이다. 전 정권이 황씨의 방미를 막은 것은 그의 미 의회 증언이 미국 조야와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 때문이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황씨의 방미 여부는 기본적으로 그의 개인 의사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찾아 망명한 북한 고위층 인사의 행동을 한국 정부가 통제하려 든다면 그런 모순이 없다. 황씨가 미국에서 정부 정책과 상반되는 주장을 할 것을 걱정하는 것도 지나치게 근시안적인 판단이다. 황씨의 주장이 당장의 남북 및 북-미관계에 악영향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가 북한을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된다는 순기능의 측면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정부가 이번에 황씨의 방미를 허용한다면 김대중 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지금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황씨의 방미를 허용한다면 노무현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살피던 전임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한결 당당해진 모습으로 변화했음을 미국 조야에 알리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며칠 앞으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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