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안씨, 나로인해 고통" 발언 '2억 사용처' 안다는 뜻인가

  • 입력 2003년 5월 2일 18시 53분


코멘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일 밤 TV토론에서 나라종금 로비의혹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안희정(安熙正)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문제와 관련해 “안씨가 나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은 2일 이 발언이 안씨가 받았다는 2억원이 노 대통령의 캠프 관리자금이었음을 시사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딱 부러지게 말하기 힘들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문재인(文在寅) 민정수석비서관은 “안씨가 개인적으로 (그 돈을) 썼다는 게 아니고 대통령의 일을 돕는 과정에서 그런 일이 생겼다는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안씨가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이유만으로 여론의 표적이 됐다든지, 더 가혹하게 고통을 받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측근은 “워낙 미묘한 발언이라 함부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냥 ‘수사 중이니까 지켜보겠다’는 정도만 말했으면 되는데 너무 나간 것 아닌가 싶다”고 했고, 다른 측근은 “안씨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한 것 아니겠느냐”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언급이 ‘사용처’에 관한 암시를 한 발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 것은 검찰 수사결과 안씨가 보성그룹측에서 2억원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은 시점이 2000년 11월이라는 점 때문이다.

당시 노 대통령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었지만,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자신이 이끌어온 지방자치실무연구소를 사실상의 경선캠프였던 자치경영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하던 시기였다.

노 대통령은 또 TV토론에서 “한두 차례 내 입장을 밝히려 시도했으나 참모들의 반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인정한 것처럼, 실제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최근 공개적으로 밝히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수석은 “(나라종금 로비의혹 재수사 착수를 전후해) 있는 사실관계를 다 밝히고,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솔직히 털어놓고 국민에게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겠다는 것이 노 대통령의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선의가 선의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풍토’ 때문에 참모들이 만류했다는 게 문 수석의 설명이다.

한편 법조계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 수사팀에 부담을 줄 소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었으나 검찰 관계자들은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이날 “(노 대통령이 안씨와) 동업자라고 한 말은 구체적인 사업보다는 ‘뜻을 같이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노 대통령의 발언이 검찰 수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도 “노 대통령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안씨에 대한 강도 높은 보강조사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목표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