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튀어보려고…?" 유시민의원 30일 정장차림 의원선서

  • 입력 2003년 4월 30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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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30일 정장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 의원선서대에 오르고 있다. -서영수기자
개혁당 유시민 의원이 30일 정장 차림으로 국회 본회의장 의원선서대에 오르고 있다. -서영수기자
29일 캐주얼 복장으로 국회에 나왔다가 동료의원들의 반발로 의원선서를 하지 못했던 개혁국민정당 유시민(柳時敏) 의원이 30일엔 말끔한 정장 차림으로 본회의장에 나와 선서를 했다.

유 의원은 이날 선서 직후 “어제 옷을 그렇게 입은 것은 튀려는 것도 아니고 국회와 국민을 모독하려는 것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유 의원의 ‘파격 복장 소동’은 일단락됐지만 그 의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일부에서는 ‘사춘기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다른 한편에서는 ‘신선한 시도’였다는 지적도 있었다.

함께 선서를 한 한나라당 오경훈(吳慶勳) 의원은 “유 의원이 유럽 녹색당을 따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럽의 녹색당 의원들도 본회의장에 ‘재킷 상의, 청바지 하의’ 차림으로 나와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실제로 유 의원은 98년 11월 12일자 주간지 뉴스 플러스(현 주간동아)에 기고한 칼럼에서 독일 녹색당 출신의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이 85년 지방정부 장관 취임 당시에는 청바지를 입고 선서를 했으나 98년 외무장관 선서 때는 민심의 변화를 읽고 정장 차림을 하고 나온 것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 의원이 29일 본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파격 복장’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돌린 사실이 알려지자 동료의원들은 “언론에 ‘튀고 싶은’ 속내를 내비친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의원은 “예의를 지킬 건 지켜야지. TV토론 사회 볼 때는 넥타이를 매놓고 왜 저러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 권위와 권위주의는 엄연히 다르다”며 “국회의원에 당선돼 제일 먼저 생각한 일이 ‘복장 파괴’였느냐”고 지적했다.

민주당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유 의원의 태도는 사춘기 때 엄마 아빠에게 대드는 것이 마치 기성권위에 대한 큰 도전인 것처럼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면서 “그런 유치한 발상을 하지 말고 의정활동을 통해 구태 정치인들에게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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