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베이징 3자회담서 밝힌 ‘대범한 제안’

  • 입력 2003년 4월 28일 0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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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3, 24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미국 중국과의 3자회담에서 미국에 제안한 ‘새롭고 대범한 해결 방도’는 △기존 불가침협정 체결 주장 완화 △처음으로 로드 맵(이정표)식 해법 제시 △새로운 경제지원 요구 유보 △조건부 핵 포기 의사 표명 등이 골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7일 “북한의 제안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으나 그 가운데는 검토할 만한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며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주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하고 북측 제의를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검토할 만한 긍정적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은 그동안 미국에 불가침협정 체결을 줄곧 요구해 왔으나 이번 회담에선 불가침에 관해 완화된 표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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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관계자는 “북한은 지금까지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한 불가침협정 체결을 강력히 요구해 왔으나 이번엔 그런 조건을 달지 않고 문서를 통한 불가침 보장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은 미국이 대북 중유공급 재개 등의 조치를 취할 경우 그에 상응해서 북한이 취할 조치를 ‘로드 맵’처럼 단계적으로 상세히 밝혔다”고 전하고 “여기엔 북한이 반대급부로 핵을 포기하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에 경수로 사업의 이행과 에너지 식량 지원 등 기존에 요구해 온 것 외에 새로운 경제적 지원은 요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베이징 회담의 북측 수석대표인 이근(李根) 외무성 부국장이 미측 수석대표인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를 회담장 밖으로 불러 북한의 핵 보유를 통보한 것은 이 같은 북측 제안을 수용하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한 의도였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의 핵 보유 시인은 회담에서 느닷없이 나온 것이 아니라 먼저 북측 제안을 설명한 뒤에 나온 것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 등이 북측 제안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보유 시인만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계속 북한과 회담을 하려는 것은 북측의 제안 내용을 진일보한 협상태도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이번에 제시한 제안 내용을 분석하고 앞으로의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 중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3국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은 다음달 14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간의 워싱턴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보유 등에 관한 대책을 중점 협의할 예정이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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