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집단소송제 수용키로

  • 입력 2003년 4월 1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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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무분별한 소송 남발을 막을 수 있는 보완장치 마련을 전제로 정부가 추진중인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도입에 찬성키로 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제2정조위원장은 18일 당 소속 국회 법사위 재경위원 연석회의가 끝난 뒤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안 심의에 본격 착수해 다음주 중 수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특히 “주가조작과 허위공시에 대한 집단소송제는 즉시 시행해도 좋지만 분식회계 부분은 SK사태 등을 감안해 1, 2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집단소송제 실시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반대해오던 한나라당이 조기 도입 방침으로 선회함에 따라 관련 법안 심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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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소송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 같은 방향선회는 4·24 재보선과 총선을 겨냥, ‘친(親)재벌당’의 이미지를 벗고 개혁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재경위 소속 김황식(金晃植) 의원은 “제도의 실익을 불문하고 집단소송제 도입에 적극적인 청와대는 개혁적, 소극적인 한나라당은 ‘친재벌당’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검토 중인 수정안은 법적 형평을 기하기 위해 소송대상 기업을 모든 상장기업으로 확대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정부안은 허위공시 분식회계일 경우 총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에 대해서만 소송을 낼 수 있도록 돼 있다.

한나라당은 또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집단소송에 대한 법원의 허가를 받기 전에 금융감독 당국이 참가하는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도록 하고 △무고(誣告)나 악의적인 소송에 의한 소송피해 당사자들의 피해보상을 담보하기 위해 공탁금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 위원장은 소송요건과 관련해 “주주 50인 이상으로 돼 있는 정부안에 일정률 이상의 주식 지분 요건을 추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위공시 규정에 대해 정부안에는 ‘중요한 사안’으로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은 수정안 제출과 함께 집단소송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와 각종 세미나 개최 등을 열어 최종 도입 전까지 충분한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다.

한편 한나라당과 재정경제부는 3월에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협의회에서 소송남발 방지를 위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은 상태여서 한나라당이 수정안을 제시할 경우 처리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집단소송제란 소액 주식 투자자가 기업의 주가조작, 허위공시, 분식회계 등으로 손해를 볼 경우 그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같은 손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들도 별도의 소송 없이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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