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爭]이라크戰과 한반도 관계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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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공격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4일 미국이 이라크 다음에 북한을 공격할 가능성에 관해 “중구난방식 추측으로 북핵 위기에 대한 평가 분석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작전이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것임은 분명하다.

이라크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나고 이에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가 변수가 될 뿐 북핵 문제는 미국이 전개 중인 ‘충격과 공포’ 군사작전의 후폭풍권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이 조기 종결되면〓북핵 문제 해결에서 미국이 우위에 서고 북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제거와 대량살상무기 파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전쟁을 일찍 끝낼 경우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선택권을 쥘 수 있다.

하나는 미국이 이라크전으로 크게 악화된 국제사회의 대미 비판여론을 무마하는 등 전쟁 뒷수습을 하기 위해 북핵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갖고 외교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는 시나리오다.

이는 강경파를 제외한 북핵 문제 당사자들이 가장 희망하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을 방문했던 조엘 위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이라크와 달리 북한에 대해선 미국이 군사적 해결을 모색하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외교적 해결 외에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이 이라크전 압승의 여세를 몰아 북한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할 수도 있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내친 김에 북핵 문제도 힘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설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미국은 대북 군사공격에 반대하는 한국 중국 일본 등과 심각한 외교적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라크전이 길어지면〓베트남전 때처럼 미국이 막강한 화력을 쏟아 붓고도 결국 후세인 대통령을 제거하지 못하는 등 전쟁의 수렁에 빠져들 경우엔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내릴 개연성이 없지 않다.

북한은 미국이 이라크에 발이 묶인 틈을 타 영변의 핵재처리시설 가동, 미사일 발사실험, 정전협정 무효화 시도 등 몇 가지 긴장을 고조시키는 조치를 통해 미국과의 핵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만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2개의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온 미국이 이를 묵과할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선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손상된 자존심을 북한에서 만회하려는 극한 상황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라크전의 장기화는 이래저래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엔 도움이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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