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特檢추천 고민…"대북송금 미묘한 사안" 후보마다 固辭

  • 입력 2003년 3월 23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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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협회(회장 박재승·朴在承 변호사)가 ‘대북 비밀송금 사건’을 맡아 수사할 마땅한 특별검사 후보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전 같으면 자천타천의 특검 후보들이 쏟아져 들어와 누구를 후보로 내세울지 ‘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이지만 이번에는 선정 마감일(24일)을 하루 앞두고도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 특검법 일정상 대한변협은 24일까지 2명의 후보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하지만 변협이 후보로 생각했던 변호사들이 잇따라 고사하면서 21일로 예정됐던 후보 선정을 위한 변협의 상임이사회도 부득이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검 후보들이 고사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특검이 수사해야 할 사건이 대북 관계와 맞물린 민감한 문제라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무조건 파헤치면 박수를 받았던 예전 특검 수사와 달리 어디까지 수사해서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 관련자들이 전 정권의 핵심실세들인 데다 검찰의 사전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맨땅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이번 사건 수사의 특수성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수사 자체가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사과정에서 대북송금 과정이나 대북채널 등의 노출로 인해 남북관계가 경색되는 상황이라도 벌어지게 되면 비난여론도 감수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박 변협회장 등 변협 집행부는 이에 따라 지난 주말 후보들을 1 대 1로 만나 끈질기게 설득 작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적임자는 손사래를 치며 고사하고, 원하는 사람은 마뜩치 않아 어쩌면 시한 내에 후보를 추천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

변협의 도두형(陶斗亨) 공보이사는 “후보 추천 시한(7일)은 훈시규정으로 후보 선정이 늦어지면 특검 일정이 순차적으로 늦춰질 뿐 특검법의 효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며 “현재 후보 선정작업이 난항인 것은 사실이지만 시한 내에 후보가 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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