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朴 오찬회동서 대북송금 특검 논란

  • 입력 2003년 3월 12일 18시 38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2일 박희태(朴熺太) 대표권한대행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회동을 갖고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검법 문제와 관련, 여야가 재협상을 통해 특검 수사대상에서 대북거래 부분을 제외한 수정안을 만들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대행은 “특검을 하더라도 북한측을 조사할 수는 없는 만큼 수사범위는 자연스럽게 제한될 수밖에 없고, 북한 관계를 조사하지 않으면 진상 규명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통령의 특검법안 수정 요청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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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은 이날 회동에서 “특검이 조사를 하게 되면 북측의 누구와 만났는지를 조사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북한과 민감한 외교문제로 번지게 된다”며 “북한측과의 접촉 사실이 모두 공개되면 북한측과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는 만큼 14일까지 대북거래 부분은 조사와 형사소추를 하지 않기로 명시하는 합의를 해 달라”고 밝혔다고 양측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자금 조성과 관련된 문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가까이 모셨던 사람까지 포함해 가감없이 철저히 밝히겠다”며 전 정권을 보호할 생각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3일 오전 박 대행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특검법 재협상을 포함한 다각적인 협상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민주당도 대북거래 부분을 수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 수정안을 별도로 마련해 한나라당에 협상을 요구할 계획이어서 양측은 일단 수정안을 협의하기 위한 총무회담을 가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한나라당은 ‘선(先) 공포, 후(後) 수정안 협상’을, 민주당은 ‘선 수정안 마련, 후 거부권 행사 검토’ 입장인 것 같다”며 “민주당이 특검을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만큼 거부권 행사 시한 하루 전인 14일까지 여야간 합의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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