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北비밀송금 특검법공방 2라운드]한나라당VS민주-청와대

  • 입력 2003년 3월 2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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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盧대통령 거부땐 전면투쟁 나설것"▼

한나라당은 2일에도 대북 비밀송금 사건 특별검사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움직임에 거듭 쐐기를 박고 나섰다.

여권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흘리는 배경엔 특검법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해 특검 정국을 무력화하려는 노림수가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한나라당은 지난달 26일 국회에서의 특검법 처리는 대국민 명분 면에서도 우위를 점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은 2일 성명을 내고 “만일 노 대통령이 상황을 오판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우리 당은 모든 당력을 결집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가뜩이나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서 국정 혼란과 극한 대립을 자초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규택(李揆澤) 총무는 “민주당 내 신구 주류간 주도권 쟁탈전 때문에 거부권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이 오히려 청와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역공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겉으로는 특검법 본회의 처리의 절차적 타당성을 문제삼고 있지만 실제 속내는 특검수사에서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배용수(裵庸壽)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여권의 거부권 논의에 대해 “진실규명을 통한 남북관계 확립보다는 DJ에 대한 마지막 충성심 보이기이며 국민적 관심이 특검에 쏠리는 것을 막자는 정략적 의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한 고위당직자는 또 “지난달 특검법 통과 후 DJ측 모 핵심인사가 민주당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특검법 처리를 방치한 데 대해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민주-청와대…특검 수용은 하되 수사범위 협상을"▼

대북 비밀송금 특검 법안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여론 얻기’에 골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 28일 전국 성인남녀 1700여명을 상대로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이번 주 초 당 소속의원과 원외지구당 위원장에게도 거부권에 대한 의견을 물을 예정이다. 지역 여론 수렴과 대국민 홍보를 위한 의원들의 귀향 활동도 검토하고 있다. 3일 열릴 최고위원회의의 핵심 안건도 이 문제다.

거부권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성명도 잇따랐다. 김성호(金成鎬) 정범구(鄭範九) 의원에 이어 2일 김근태(金槿泰) 심재권(沈載權) 의원 등 당내 재야출신 8명도 성명을 통해 거부권행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거부권 요구’를 당론으로 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정대철(鄭大哲) 대표, 김원기(金元基) 고문 등 당내 신주류는 “거부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만큼 당이 부담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한나라당과의 특검 법안 재협상’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특검 자체에 반대하는 당내 구주류가 재협상론을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더욱이 정치권에선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현대에 들어간 공적자금 중 일부가 구 정부 실세들의 정치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것”이란 ‘특검 괴담’까지 나돌아 특검 문제에 대한 여권 내 합의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현 특검 법안대로 수사가 본격화하면 김 전 대통령이 ‘나만 모르고 있었구나’라고 한탄할 비리들이 새로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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