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인준, 특검법에 달렸다

  • 입력 2003년 2월 21일 18시 44분


코멘트
대북 비밀송금 사건에 관한 특검법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25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안과 고건(高建) 국무총리후보자 인준을 동시 처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25일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의 취임식 날인 만큼 법안 처리 시기를 24일로 앞당길 것을 민주당에 제안했으나 민주당은 이를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24일 ‘의사결정 변경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 25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안을 처리한 뒤 총리인준안을 표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사안을 일반 법안에 앞서 처리하게 돼 있는 의사 일정을 바꾸겠다는 것. 이는 특검법안과 총리인준을 ‘사실상’ 연계함으로써 총리인준안 처리가 다급한 민주당을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의사결정 변경동의안이 상정되면 국회법에 따라 최우선적으로 표결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특검법안 처리 방침을 돌파할 ‘묘수’가 마땅치 않아 고심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이 의사일정을 변경해 특검법안을 먼저 처리할 경우 이를 물리적으로 저지했다간 자칫 총리 인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노 당선자는 이날 한나라당의 특검법 추진과 관련, “여야가 좀 더 타협해야 한다”고 말해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로 특검 반대를 내세웠지만 신주류측 일각에선 특검법안을 손질해 야당과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절충론도 흘러나오고 있다. 특검 반대가 진상 규명 반대로 비쳐 부담스러운데다 일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 존중 의사를 표시해 온 노 신임 대통령으로서는 거부권을 행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인태(柳寅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내정자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수사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전제로 나오면 한나라당이 경직된 자세로 나올 수 있다”면서도 “한나라당이 특검법안에 조사기간을 6개월(2차 연장기간까지 합칠 경우)로 해놓은 것은 진상조사를 바라는 게 아니라 총선전략용이 아닌가 싶다”고 말한 것도 당선자측의 어려운 입장을 대변한다.

한편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접촉을 갖고 막판 절충을 계속했다. 이 총무는 이 자리에서 정 총무에게 민주당 나름의 특검법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당 모두 특검법안을 무조건 강행하거나 반대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어 한나라당이 제출한 특검법안을 수정하는 선에서 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