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인생고백' 이례적 공개…"쉬고 싶어도 쉴수 없어…"

  • 입력 2003년 2월 18일 18시 43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자에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이제까지 심중에 묻고 살아온 인생 고백’을 했다고 전하고 이례적으로 그 내용을 보도했다.

1개 면에 걸쳐 실린 ‘불타는 서리꽃’이란 제목의 이 ‘정론’은 겨울 백두산을 찾아간 기자가 ‘백두산 혁명 투쟁’을 소개하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끝내 ‘위대한 김정일 조선’이 승리할 것을 믿는다고 강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은 이 글에 인용된 김 위원장의 어록.

“아직 인민들의 생활이 어렵고 수령님(고 김일성 주석)의 의도를 관철하지 못하여 나는 편히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고 편히 자고파도 잘 수 없는 몸이다. 이제 조선을 세계의 상상봉 위에 올려 세우고 인민들이 다 잘살게 될 때 나도 푹 쉬려고 생각한다.” (지난해 9월 5일 병사들에게)

“동무들은 불빛이 꺼진 거리를 보고 생각이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우리 인민들은 일도 하고 휴식도 하고 노래도 하고 사랑도 한다. 자본주의 번화가는 아무리 화려해도 그 속엔 미래가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오늘은 곤란해도 내일에 대한 희망이 있다. 우리는 일시적인 번화가가 아니라 영원한 번화가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해외 동포를 접견하며, 날짜는 미상)

“속담에는 ‘너 죽고 나 죽고 해보자’는 것이 조선인의 기질이라 했는데 오늘은 ‘너는 죽고 나는 산다’는 것이 인민군대의 기개이다.”(장소 날짜 미상)

이 같은 ‘인생 고백’에 대해 도쿄신문은 18일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모든 인민이 고깃국을 먹을 수 있는’ 나라를 세우려 했지만 김 주석 사후 북한은 경제난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주석을 달았다. 도쿄신문은 이어 인민 생활의 곤궁을 자책하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로동신문이 인용한 데 대해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인민의 결속을 강화하려는 뜻이 담긴 것”이라고 풀이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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