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특검제법안 국회통과 무난할 듯…내달초 특별검사 임명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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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4일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특별검사 임명 관련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특검제 실시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검 일정 전망=현재로선 특검법안이 17일 본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이 원내 과반수(137석)가 넘는 151석을 확보하고 있는 데다 자민련까지 한나라당에 동조할 경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표결 처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안이 처리되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당선자가 취임한 뒤 3월초 특별검사를 임명하게 되고 본격적인 수사는 새 정부 출범 후인 3월 중순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한나라당은 1차 수사기간을 90일로 잡고 수사가 미진할 경우 60, 30일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앞으로 여야 협상을 통해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각 당의 계산=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표정은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여 공세의 호재(好材)를 잡아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대응전략을 놓고 내홍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검제를 통해 대선 패배 후 뺏겼던 정국 주도권을 회복한다는 복안이며 국정조사는 특검 결과를 지켜보며 추진키로 하는 등 ‘단계적 대응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은 어떤 방법을 택하든 ‘속전속결’로 이 문제의 진상규명 및 책임 문제를 매듭짓자는 입장이다.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정국 주도권을 시급히 회복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사무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제로 빨리 끝내는 게 좋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검찰이 아무리 수사를 잘해도 원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정략적 차원에서 특검을 요구할 수 있으므로 이를 미리 봉쇄하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는 계산이다.

민주당 김경재(金景梓) 의원도 이날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한 뒤 “노 당선자가 취임사에서 남북관계의 비밀주의 청산을 선언하고 야당과 공조하는 협의체 구성을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에선 가능한 한 특검제 도입 없이 ‘정치적 절충’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상황이며, 이 총장이 너무 빨리 특검제 수용 의사를 밝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협상 전망=한나라당과 민주당은 5일 총무회담을 열어 특검 실시 여부와 조사대상 범위를 놓고 절충을 벌일 예정이다.

한나라당은 특검 조사대상을 이미 문제가 된 현대상선의 2235억원을 포함해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특검제를 실시하더라도 ‘현대상선 2235억원 대북 비밀송금 의혹’에 국한하고 기간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주당에서는 여야 합의를 거쳐 관련 당사자들이 직접 진상을 공개하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방법으로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해법은 김 대통령이 직접 사과를 할지, 한나라당이 쉽게 동의할지가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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