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1억달러 의혹' 고발키로…소액주주들 추진

  • 입력 2003년 2월 4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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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 소액주주들이 ‘현대전자의 1억달러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 당시 현대전자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형사고발키로 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현대전자로부터 1억달러를 빌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서 옛 현대 계열사간 다툼으로 비화하고 있다. 두 회사의 공방 결과에 따라 ‘사라진 1억달러’의 진상이 조만간 나타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이닉스반도체 소액주주 모임인 ‘하이닉스 살리기 국민운동연합회’는 2000년 5월 당시 현대전자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민사 주주대표소송을 내겠다고 4일 밝혔다.

당시 현대그룹의 최고경영자는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었고 현대전자 사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박종섭(朴宗燮)씨였다.

오필근(吳弼根) 연합회 의장은 “경영진은 13조원의 빚을 진 회사를 더욱 부실하게 만들고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률 검토를 마치는 대로 25일 주주총회 이전에 고발 및 고소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닉스반도체는 “1억달러의 행방은 현대건설이 밝혀야 하며 현대건설을 상대로 1억달러 상환을 요청하고 이를 거부하면 반환 청구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심현영(沈鉉榮) 현대건설 사장은 “현대건설의 페이퍼컴퍼니인 알카파지는 2000년 5월 현대전자로부터 1억달러를 받은 바 없다”며 “현대전자가 스코틀랜드 공장 매각금액 중 1억달러를 알카파지로 보냈다는 것은 현대전자의 주장일 뿐 이 같은 거래는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심 사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대전자는 현대건설도 모르게 현대건설의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1억달러를 빼돌렸다는 얘기가 된다.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건설로서는 이사회 결의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차입한 돈이 아니므로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하는 것은 서류상 간단한 일이어서 대북 송금 통로로 활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근영(李瑾榮) 금융감독위원장은 작년 11월 국정감사에서 “현대전자 사업보고서 검토 결과 영국 현지법인이 2000년 5월 현대건설이 두바이에 만든 알카파지에 대여하고 상각처리한 게 확인됐다”고 밝혔었다.

한편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대표소송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한누리는 “북한에 2억달러를 송금한 현대상선의 소액주주들이 의뢰해 오면 사건 진상 규명과 주주대표소송 등 사후 처리 과정에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김주영(金柱永) 변호사는 “대북 송금이 현대상선의 이익을 위한 정상적인 경영상의 결정이 아니었고 현대상선이 피해를 보았다고 판명되면 주주대표소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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