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패배충격 갈등 "지도부 퇴진" "전당대회 이후에"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8시 26분


한나라당이 대선 패배의 충격에 휩싸인 채 내홍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23일 최고위원회의,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를 잇달아 열어 당 쇄신 문제를 집중 논의했으나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26, 27일 천안연수원에서 지구당위원장 연찬회를 다시 열어 당의 진로와 관련된 구체적 수습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당내 각 세력들은 당쇄신특별기구를 조기에 출범시켜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핵심 쟁점인 현 지도부 사퇴 및 조기 전당대회 개최 문제에 대해선 최고위원들 및 비주류 중진, 소장파 의원들간의 입장이 서로 엇갈려 갈등을 빚고 있다. 1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주장했던 서청원(徐淸源)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른 시일 안에 당에 외부인사 및 젊은 의원들을 포함하는 당쇄신특별기구를 만들어 모든 문제를 풀어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강재섭(姜在涉) 최고위원은 “당의 쇄신과 단합은 현 체제가 물러가고 젊은 층과 노장층이 균형을 이루는 임시팀에서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한 뒤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과 대전시지부 위원장직을 사퇴했다.

최고위원회의 직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 김홍신(金洪信) 의원은 “지도부는 2선으로 후퇴해 백의종군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은 지구당을 폐지하는 등 원내 중심의 개혁정당으로 거듭 태어나는 ‘재창당’이 필요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연석회의는 대선 재검표를 요구하는 이회창(李會昌) 후보 지지자 모임인 ‘창사랑’ 회원과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회의장 진입 시도로 20분 만에 중단됐다.

소장파 위원장 모임인 미래연대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소집해 당 지도부의 총사퇴와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기구의 조기 출범을 당에 요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래연대측은 새 지도부 구성방안에 대해선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당 중진들은 당 쇄신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아직 색깔을 드러내진 않고 있다. 현재의 논란이 ‘포스트 이회창’을 준비하는 당내 투쟁의 서곡에 불과한 상황에서 섣불리 자신의 입장을 드러냈다가 입지를 잃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단 서 대표 등 일부 최고위원들은 1월 조기 전당대회를 개최해 지도부 공백 상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쇄신도 중요하지만 새 지도부를 구성해 일사불란한 당의 전열 정비도 시급하다는 논리다.최병렬(崔秉烈) 김덕룡(金德龍) 의원 등 비주류 중진들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 지도부가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재추인받으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한나라당은 철저한 쇄신 과정을 국민에게 보여줘야만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26일 열리는 지구당위원장 연찬회가 내홍 수습 및 당 쇄신의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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