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노무현지지 철회]어젯밤 무슨일 있었나

  • 입력 2002년 12월 19일 01시 12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공조파기 선언 직후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정 대표를 만나기 위해 당사를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정 대표가 회동을 거절해 만나지 못했다.안철민기자 acm@donga.com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가 18일 밤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공조파기 선언 직후 당혹한 표정을 지으며 정 대표를 만나기 위해 당사를 나서고 있다. 그러나 노 후보는 정 대표가 회동을 거절해 만나지 못했다.안철민기자 acm@donga.com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공조파기까지 초래한 문제 발언을 한 것은 18일 오후 8시경 서울 종로2가 제일은행 본점 앞 거리 유세에서였다.

공동 연사로 나선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표가 먼저 “나로 단일화 되지 않아 처음에는 섭섭했지만 나중에 보니 노 후보로 된 것이 차라리 잘 됐다. 나를 사랑한 만큼 노 후보를 사랑해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민주당 정동영(鄭東泳) 고문이 잠시 발언한 뒤 노 후보가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노 후보는 10여분간 계속된 연설에서 “나는 행복하다. 여러분을 사랑한다. 민주당에는 개혁적인 젊은 지도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 직후 일부 정 대표 지지자들이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정몽준 차차기’라는 구호를 외치자 노 후보는 바로 문제의 발언을 했다.

다음은 노 후보의 발언 전문.

“다음 대통령은 정몽준이라는 피켓이 보이네요. 속도위반 하지 마십시오. 민주당의 많은 의원들이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내 주변에는 개혁적인 인사들이 많습니다. 내가 검은돈을 받으려는 등 흔들릴 때 내 멱살을 잡은 ‘대찬 여자’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 국민 경선을 끝까지 지켜준 정동영(鄭東泳) 고문 등이 있지요. 여러분 행복하시죠. 예, 몇 사람 있습니다. 정몽준 대표와 함께 이들이 경쟁해서 원칙을 지키는 정치를 하고 능력을 키우고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은근히 싸움을 붙였나요? 저는 한국의 미래가 있다는 것을 말하려 했습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많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노 후보는 발언 직후 유세장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고 일부 정 대표 지지자들이 ‘정몽준’을 연호하자 당황한 듯 청중을 향해 갑자기 “여보세요”라고 말한 뒤 잠시 유세를 멈췄다. 노 후보의 발언 직후 옆에 서 있던 정 대표는 쓴웃음을 지으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노 후보는 이후 “(오늘 유세를 많이 했더니) 제가 좀 말이 꼬이네요”라고 말한 뒤 “내가 당선되면 핵 문제를 둘러싼 위기를 해결하겠다. 북-미간 싸움이 번지지 않도록 해야한다. 새로운 동북아 시대로 간다. 그러면 동북아 물류 비즈니스의 중심으로서 서울의 시대가 올 것이다”라며 연설을 마쳤다. 그는 이후 오후 9시40분경 서울 동대문 쇼핑몰 ‘두타’ 인근에서 마지막 거리 유세를 가졌으나 문제의 발언과 관련된 부연 설명은 하지 않았다.

한편 통합21측이 “양당 정책공조 정신에 어긋난다”며 공조 파기의 근거로 지목한 노 후보의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가 말린다”는 발언은 종로 유세 직전 서울 명동 거리유세에서 나왔다. 노 후보는 명동유세에서 “한반도에 번영이 오고 동북아의 번영이 정착되면 하늘에서 우리에게 보너스를 준다. 부산에서 기차 타고 시베리아 중국으로 가는 날이 올 것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