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인터뷰]정몽준 "민주탈당의원들 못만날 이유없어"

  • 입력 2002년 11월 21일 19시 16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20일 본보의 대통령후보 연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안철민기자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20일 본보의 대통령후보 연쇄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안철민기자
《본보는 20일 대선후보 특별 연쇄 인터뷰 세 번째로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대통령후보와 인터뷰를 가졌다. 정 후보와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50분간 서울 여의도 국민통합21 당사 9층 후보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정 후보는 자신이 다른 후보와는 달리 새 정치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자신의 신상문제에 관해서는 비교적 시간을 길게 할애해 상세히 설명했다.》

-1차 후보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후 재협상을 직접 지시했나.

“그렇지는 않다. 단일화가 그렇게 쉽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또 단일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선거 승리가 목표였다. 단일화 협상은 두 당이 가까워지는 과정이어야지 멀어져선 안 된다.”

-단일화 이후 국민통합 21과 민주당의 관계는 어떻게 되나.

“합당이 될지, 연합이 될지 결정된 것이 없다. 다만 어떤 형태든 단일화 정신을 살리기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

-민주당측은 정 후보가 17일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최명헌(崔明憲) 김영배(金令培) 의원을 만난 저의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이 문제삼을 대상이 안 된다. 후단협은 민주당의 기구가 아닌 만큼 후단협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합법적인 선거운동이다. 민주당 출신 의원들을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있나.

“집권하면 분권형 대통령제를 위한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은 통일 외교, 총리는 경제 치안 등에 전력할 수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2007년 개헌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늦은 감이 있다. 단일화에 성공하면 노 후보와 이를 놓고 진지하게 논의하겠다.”

-20일 브라질과의 국가대표 축구경기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온 것을 두고 선거에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데….

“한나라당은 내가 사업하는 사람이라 약점이 많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대통령 자리가 대단한 감투가 아니다.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나에게 ‘당신처럼 국제적으로 역할이 많은 사람이 왜 단임 대통령을 하느냐. (종신직인) 임금이라면 모르지만’이라고 한 적도 있다. 공직은 죽음과 같은 것이어서 찾아왔을 때 도망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세네카의 말을 잊지 않고 있다.”

-정 후보에 대해서는 재벌 오너라는 평가가 뒤따르는데 집권하면 재벌 정책을 어떻게 펼 생각인가. 참고로 이탈리아의 재벌 출신 총리인 베를루스코니도 처음에는 인기를 끌다가 나중에 친기업 정책으로 비판을 받았다.

“재벌은 나쁜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는 질문이다. 우리 사회가 안정되려면 재벌이란 말이 대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은 공과로 따지자면 과보다 공이 많다. 재산의 사회환원도 생각은 하겠지만, 당선되기 위해 이용했다는 비난을 살 수도 있다.”

-정 후보가 재산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물론 축구협회장직을 유지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 후보로서 모든 것을 다 바쳐 국가를 위해 봉사할 사람 같지 않다는 얘기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자리는 대통령직 수행에 아무런 부담을 안 준다. 중요한 결정에 의사표시만 하면 된다. FIFA 부회장은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외교에 큰 도움이 된다. 삼성그룹 이건희(李健熙) 회장이 축구에 관심이 있고, 1년의 절반을 축구를 위해 내줄 수 있다면 나는 당장 (이 회장에게 물려주고) 그만둔다. 하지만 무작정 그만두면 앞으로 50년간 FIFA 집행위원회에 한국인이 못 들어간다.”

-인터넷 등에 정 후보를 빗댄 ‘허무개그’가 나도는 것을 아나.

“있다고 들었다. 자유롭게 풍자하는 것은 좋은데 다만 한나라당에서 부추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전에 대통령에 출마할 줄 알았다면 진작 준비라도 할 것을….”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1대가 돈을 벌면, 2대는 정치를 하고, 3대는 문화예술을 한다”고 말했다. 선대인(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명예회장)께서는 정 후보가 어떻게 하기를 바랐나. 또 자녀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아버님은 내가 정치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했으나 대통령 출마를 어떻게 생각하셨을 지는 모르겠다. 내 딸은 고등학교 때 음악 공부하겠다고 해서 미국에 보내려다가 그만뒀다. 고등학교 때 미국 가면 대학 못 가서 미국 갔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였다.”

-현대그룹 이익치(李益治) 회장 발언의 배후에 한나라당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회장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발언 등에 대해선 선거철이긴 하지만 국정조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 회장 발언의 배경이 뭔가 석연치 않다. 국내 방송사는 그가 돌연 귀국하자 그가 인터뷰를 한다고 일요일인데도 예고방송까지 내보냈다. 어떤 신문은 사설(社說)을 이틀씩이나 썼다. 한나라당이 이런 상황을 선전에만 이용해 먹는 것은 무책임하다.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말씀을 아껴야 한다. 그는 무책임하게 남의 이야기를 하는 습관이 있다.”

-국민통합21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네거티브 캠페인을 자제했다고 보나.

“정치인이 백 마디를 떠들더라도 언론이 걸러주면 된다. 그러면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캠페인이 줄어들 것이다. 한나라당이 우리 당을 계속 비난할 경우 그 내용이 거짓말이란 것을 방어차원에서 증명하는 노력은 하겠다.”

-민주당 노 후보, 한나라당 이 후보의 장점은 무엇인가

“노 후보는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하는 자신감이, 이 후보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존중하는 것이 장점이다.”

-집권하면 ‘이것만큼은 꼭 이뤄 놓고 싶다’는 포부가 있다면.

“통일기반 쌓고, 주택문제 해결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없앤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기성 정치인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새 정치를 실천해 ‘산소 같은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싶다. 이를 위해 국가정보원의 포로가 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

정리〓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네티즌 이게 궁금해요▼

“휴대전화 요금이 너무 비싸요. 값을 내릴 방법은 없나요.”

“인터넷 게임의 칼 방패 등 온라인 ‘아이템’이 불법 현금거래 되면서 생기는 범죄를 막아주세요.”

동아일보 인터넷 신문인 동아닷컴(www.donga.com)의 홈페이지를 통해 네티즌에게 ‘정몽준 후보에게 가장 묻고 싶은 질문’을 공모한 결과 제출된 질문이다.

정 후보는 휴대전화 요금을 낮춰달라는 네티즌의 요구에 공감했다. “사용자가 2700만명으로 늘면서 통신회사가 수천억∼1조원 규모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며 “요금이 최소한 10%는 낮아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회가 휴대전화 사용료와 관련해 “최소 20% 요금 인하요인이 있다”고 조사한 내용도 인용했다.

인터넷 아이템 거래로 인한 사이버 범죄란 실력이 모자라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되는 칼 방패 등을 얻기 위해 다른 청소년들에게 직접 돈을 주고 이들 아이템을 사면서 발생하는 사회문제.

정 후보는 “가상게임과 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일부 청소년들이 아이템 구입자금 마련을 위해 범죄까지 저지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현금거래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지만, 법규정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정몽준 화법 화제인데…"▼

이날 인터뷰에서 정몽준 후보는 ‘동문서답(東問西答)’으로 상징되는 ‘정몽준식 화법’과 관련된 질문에 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인터넷에 정 후보를 빗댄 개그가 있다”는 질문에 “한나라당에서 부추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음모론’까지 거론할 정도였다.

그는 ‘정몽준 화법’이 나온 배경에 대해 나름의 분석도 내놓았다.

“출마를 결심한 지 얼마 안돼 준비 기간이 짧아서 그럴 것이다. 나도 나 자신을 잘 모른다. 내가 얼마나 대통령으로서 멸사봉공할 사람인지도 말이다. 수십년 같이 산 집사람도 나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 후보 특유의 화법은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그는 “단일화 합의 이후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합의를 파기하기로 마음을 바꾼 게 아니냐”는 질문에 “내가 대통령에 출마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최근”이라고 말하다가 막판에 “우리가 책임질 수 있는 일은 우리의 운명을 한나라당의 장난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질문자가 “선친께서는 정 후보가 어떤 인물이 되기를 바랐으며 정 후보는 자식들이 어떻게 되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그는 “자식 중 두 명이 대학생인데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알았으면 한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질문자가 재차 질문을 던지자 정 후보는 그때서야 “선친은 내가 정치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했다. 내 큰아들은 경제학과에 다니는데 뭘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고 대학생 딸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또 “화장(火葬)을 서약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내 묘지 면적을 크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가 “화장 서약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고 수정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인터뷰팀▼

심규선 정치부장

고승철 경제부장

정동우 사회1부장

오명철 문화부장

김지완 동아닷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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