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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1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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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짓고 있다는 추측은 몇년 전부터 나돌았지만 특수고강도 알루미늄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이것이 구체적인 첫 번째 증거가 됐다. 이 금속은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질. 다만 북한이 얼마나 많은 양의 알루미늄을 어디서 구했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전까지 북한의 핵개발은 플루토늄 핵폭탄 개발 가능성에 모아졌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1994년 제네바 합의 후 플루토늄 생산을 중단했다. 북한이 플루토늄 대신 농축우라늄 핵폭탄 개발에 나선 것은 이 방법을 통해 핵무기 보유가 가능하다고 믿었음이 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우라늄 가스 원심분리설비는 원자로와 달리 많은 열을 발산하지 않을 뿐 더러 지상의 다른 공장들로 위장할 수 있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믿을 만한 정보를 확보하자 알루미늄 구입이 핵개발을 위한 것임을 확신하게 됐다고 미 정부 소식통이 밝혔다. 문제의 건설 장소가 어디인지는 밝히지 않았으나 전문가들이 지금까지 의심해 온 장소는 자강도 하갑의 지하시설을 포함해 세 곳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 설비를 건설할 만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어떤 나라가 이 기술을 제공했는지 구체적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파키스탄이 유력하게 지목되는 이유도 북한이 농축우라늄 핵폭탄을 개발키로 한 것과 관련이 있다.
파키스탄은 농축우라늄 핵폭탄 제조기술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파키스탄은 북한의 노동미사일을 수입하는 등 북한과 긴밀히 교류해 왔다.
이란과 이라크의 경우도 미국은 알루미늄 대량 구입 여부를 대량살상무기 개발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증거로 삼고 있다. 최근 이라크는 수천 개의 알루미늄 튜브를 확보하려고 시도했는데 미국은 이를 보고 이라크가 핵개발 의지를 버리지 않았다고 보았다. 지난달 미 중앙정보국(CIA)도 이라크에 대한 보고서에서 이라크가 구하려는 종류의 알루미늄은 핵개발의혹을 짙게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