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마음 대선에…텅빈 국회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8시 34분


11일 국회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0일의 정치 분야 질문이 무차별 폭로와 욕설로 난장판이 된 데 대해 여론의 따가운 질타가 쏟아진 때문인지 9명의 질문자들은 대부분 민감한 현안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으며, 야유와 비난도 거의 없었다.

한나라당 질문자들은 이날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가 제시한 ‘정쟁자제’ 주문을 충실히 따랐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당 지도부에 “노벨상 로비 의혹이 정쟁거리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자극적인 발언이나 불필요한 공격은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한나라당 강창희(姜昌熙) 의원은 당초 원고의 ‘노벨상을 타기 위해 정상회담을 돈으로 샀다면’이라는 표현에서 ‘노벨상을 타기 위해’ 부분을 언급하지 않았고, 서해교전과 관련한 정부대처를 비난하는 부분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국방부’로 바꿔 읽었다.

같은 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민주당을 ‘노동당 2중대’로 지칭한 발언을 했을 때 민주당 의석에서 일부 야유가 나왔지만, 욕설 공방 등 큰 소란은 벌어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공격에 대비해 이날 소속의원들에 대해 본회의장 동원령까지 내렸던 민주당 지도부가 오히려 무색해질 정도였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원내총무는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어제(10일) 한나라당 의원들이 욕설까지 하며 우리 당 의원들의 대정부 질문을 방해했다”며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며 이런 행태를 막아 달라”고 당부했었다.

회의 진행은 평온하게 이뤄졌지만, 의원들의 이석이 많아 본회의장이 썰렁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개회를 선언할 때는 110여명이 재석했으나 의원 다수가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해 오전에는 재적의원(272명)의 4분의 1도 안 되는 60여명만 자리를 지켰고, 오후 속개 때는 의사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1)가 채워지지 않아 회의 시작이 20분 이상 늦어졌다.

대정부 질문자가 없었던 자민련은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 후보는 경기도 선대위 발대식 참석 때문에 본회의에 불참했고,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낮 12시경 잠시 본회의장에 나타나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과 담소를 나눈 뒤 곧바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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