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충청 잡으려다 다른지역 잃을라"

  • 입력 2002년 10월 4일 18시 39분


한나라당은 4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의 제휴설이 몰고 온 역풍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JP와의 제휴설이 나돈 3일 저녁부터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는 시민과 당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쳤고, 서청원(徐淸源) 대표 등 당직자들도 파문을 진화하느라 부심했다.

서 대표는 이날 긴급 소집된 의원총회에서 “자민련 문제는 대선기획단에서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사실도 없으며 자민련에 대화를 제의한 적도 없다”며 “일부 의원들의 개인 의견이 부각된 것일 뿐이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곧이어 열린 선거전략회의 후 브리핑에서 “자민련 문제는 16대 총선 이후 2년간 우리 당 안에서 줄곧 있어왔던 논의이지만 결론이 난 것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도 일부 당직자들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현재로선 아무 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후문이다.

당 지도부가 서둘러 파문 진화에 나선 것은 당내에서조차 반발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련과 결별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김용환(金龍煥) 선대위 공동의장과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뿐 아니라 영남권과 수도권의 개혁성향 의원들은 JP와의 제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당 자체 조사에서 JP와 손잡을 경우 충청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선 이 후보의 지지도가 오히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JP 변수’에 대한 득실(得失)을 더 따져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런 와중에 당내 의사결정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충분한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각종 보고서가 이 후보에게 집중되면서 횡적인 연락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머리와 손발이 겉돌고 있다는 반성이다. 실제 이 후보는 충청권 지지도 제고 대책을 담은 보고 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자 당직자들을 질책했다는 후문이다.

어찌됐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내에서 ‘JP 제휴론’의 불씨가 쉽게 꺼질 것 같지는 않다. 한 고위당직자는 “후보간 세(勢)대결이 본격화하는 11월이 되면 ‘JP 제휴론’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말했다.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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