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개방' 앞둔 中 단둥

  • 입력 2002년 9월 29일 18시 25분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200여명의 신의주 주민들이 29일 신의주항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양빈 신의주 경제특별구 행정장관은 경제특별구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단둥연합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것으로 보이는 200여명의 신의주 주민들이 29일 신의주항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다. 양빈 신의주 경제특별구 행정장관은 경제특별구사업의 일환으로 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단둥연합
신의주는 과연 30일 외국인들에게 무비자로 개방될 것인가.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마주보고 있는 단둥(丹東) 해관(海關·세관) 인근의 중롄(中聯)호텔은 29일 아침부터 신의주에 들어가려는 관광객들과 내외신 기자들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29일 오전 “30일 입국은 불가능할 것”이란 외신보도가 흘러나오자 크게 낙담하는 표정이었으나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다.

▽양 장관, 북한 중국과 ‘삐거덕’?〓중국측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랴오닝(遼寧)성과 단둥의 공안당국자들은 “북한의 방침이야 어떻든 한국인 등 외국인은 비자 없이 신의주로 갈 수 없다”며 “무비자협정 체결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측도 “중국 관리들도 신의주 무비자 입국과 관련해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관리들은 양빈(楊斌)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이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 장관측도 중국과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양 장관의 대변인격인 선양(瀋陽) 어우야(歐亞)실업 홍보실의 저우샹(周翔) 주임은 “양 회장이 27일 이 문제를 워낙 돌발적으로 이야기했기 때문에 우리도 이를 연구 중”이라고 실토했다.

북한을 여러 차례 드나든 조선족 C씨는 “양 장관 발언 후 북한의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김용술 위원장 측근으로부터 ‘뭐 그런 사람이 있느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아무런 준비도 안 돼 있는 상황에서 양 장관이 북한과 약속한 수준을 넘어 ‘오버액션’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신의주 특구 지정은 유럽에서 17년간 근무한 김용술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이 강력히 밀어붙여 성사시킨 것으로 지난해 여름 선양에서 사실상 결정됐다는 것이다.

북한측은 이에 앞서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건설업 중심의 푸리(富利)집단과 신의주 특구 개발문제를 깊이 협의했으나 푸리집단측이 북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포기하는 바람에 양 장관에게 넘어가게 됐다는 설명이다.

양 장관은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북한측에 3000만달러를 전해줬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신뢰성의 위기〓‘30일부터 무비자 입국이 가능할 것’이라는 양 장관의 발언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양 장관은 물론 북한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측의 한 관계자는 “양 장관의 말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그를 임명한 우리도 체면이 구겨지기는 마찬가지”라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사회과학원의 한 교수는 “북한이 처음 개방을 하다보니 허점이 많고 양 장관도 모든 것을 뜻대로 이끌어낼 만큼 아직 세련되지 않아 해프닝들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거침없는 언행〓5세 때부터 고아로 자랐다는 양 장관은 28일자 홍콩 성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김정일(金正日) 장군의 양아들이라고 주장했다. “25일 김 국방위원장에게 충성을 다하기로 맹세하고 그의 양아들이 됐다”는 것.

그는 자신이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아들로 김 위원장과 이복형제 사이라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서는 “김 주석의 친아들이 절대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나는 조선족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홍콩의 소식통들은 양 장관이 이미 북한 국적을 취득했다고 전했다.

선양〓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단둥〓이종환기자 ljhzip@donga.com

▼양빈 신의주특구장관 문답 “3일전 北서 영사직인 넘겨받아”▼

양빈(楊斌) 신의주 특별행정구 장관은 30일 한국 기자들이 무비자로 신의주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져 묻자 “중국과 아직 협의가 안 됐지만 여권만 주면 이 자리에서 내가 북한 비자를 발급해 주겠다”면서 자신의 말이 허언이 아님을 강조하려 애썼다. 그는 측근들을 불러 한국 기자들의 여권을 받아 북한 비자를 바로 발급해줄 것을 지시한 다음 기자들의 질문에 20여분 동안 답변했다.

-과연 신의주에 들어갈 수 있는가.

“북한은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중국 정부와 아직 협의가 안됐다. 그렇지만 문제가 없다. 나는 사흘 전 북한 정부로부터 영사직인을 넘겨받았다.”

-특별 행정구 조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현재 조각 중이다. 입법위원은 현지 주민과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하며 투자자는 투자비례 등을 고려할 것이다.”

-다음 달 7일 방한하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날 것인가.

“김 대통령을 만나길 희망한다. 그를 존경하고 있다. 그는 평화를 위해서 많은 일을 했다.”

-현재 신의주 건설에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법률부터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특구 지정 발표 이후 한국 대만 홍콩 중국의 기업인들과 국제 은행에서 많은 문의를 해 오고 있다.”

-신의주 건설을 위한 사회간접자본(SOC)시설에 한국 기업들도 참여할 수 있나.

“전기 도로 통신 항만 폐수처리장 등 모든 인프라 건설에 한국 기업이 참여하길 희망한다. 신의주 특별행정구가 중간에 나눠진 것은 중간 지점에 수심이 깊은 항구가 없기 때문이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는가.

“그건 비밀이다. 김 위원장은 위대한 사람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는 5월에 경제개혁을 시작했고 9월에 신의주 건설계획을 밝혔으며 10월에 미국과 관계 개선문제를 협의할 것이다. 김 위원장을 많이 선전하고 나는 적게 선전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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