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특구' 국내기업 반응]“투자 걸림돌 많아 당분간 관망”

  • 입력 2002년 9월 25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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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단동시와 북한 신의주를 잇는 유일한 다리, 압록강 단교 - 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단동시와 북한 신의주를 잇는 유일한 다리, 압록강 단교 - 동아일보 자료사진
《국내 기업들은 신의주 특별행정구와 관련해 세부 내용 파악에 나서는 등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에는 이르다며 국내외 여건을 관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동북아센터 정오영 팀장은 25일 “신의주 특구는 한국 기업들에 호재”라면서 “공단 개발에 필요한 원자재와 인력은 한국에서 조달해야 할 것이며, 저부가가치 산업을 북한으로 이전(移轉)함으로써 한국의 산업 고도화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은 한국의 인건비와 지가 상승으로 중국, 동남아 이전이 빨라지고 있는 섬유 의류 신발 전자조립 등 경공업 분야 진출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단 조성에는 많은 시일이 필요해 당장 기업들의 신의주 진출 러시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신의주가 중국 기업들에 매력이 있다면, 한국 기업들은 개성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그룹은 북한의 경제특구가 성공하려면 △투자보장 협정 △이중과세 문제 해결 △전력 용수 철도 등 기업활동에 필요한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명 3통(通)이라 불리는 통행 통신 통화(通貨)가 자유로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 신의주 경제특구 실험▼

- <上>北 홍콩 벤치마킹
- <中>개발물결 '특구 울타리'넘을까
- <下>화교자본 겨냥 양빈 깜짝발탁

▼관련기사▼

- 수수께끼의 인물 양빈 둘러싼 5대 의혹
- '신의주 특구' 전문가 시각

▽경공업에 유리한 물류 중심지〓기업들은 신의주가 중국과 붙어 있다는 점 때문에 관심을 갖는다. 경의선이 개통되면 신의주가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중국 동북지역도 시장 잠재력이 있어 보인다.

KOTRA에 따르면 신의주는 신발 화장품 등 경공업 분야의 기반시설이 어느 정도 구축돼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진출했을 때 기존 공장과 설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설비제공 위탁가공 등 소규모 투자도 시도해 볼 만하다.

KOTRA 북한실 김삼식 과장은 신의주는 남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육상 물류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이정철 연구원은 “북측의 신의주, 개성과 남측의 김포가 서로 보완관계인지 경쟁관계인지 전략적 위상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미국은 신의주 특구 지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여부가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들, 조심스러운 타진〓SK그룹은 북한 통신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보였다. 업계와 정부 공동으로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시스템 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신의주 특구에서 시범사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SK 관계자는 “5월 정부 대표단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는 등 사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정부와 보조를 맞춰 이 문제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 가운데서는 현대상선이 비교적 관심을 보였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경제특구가 활성화돼 수출입 물동량이 늘어나면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이 직접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LG그룹은 1998년 말 나진-선봉지역에서 철수한 이후 별다른 후속사업이 없는 상태. 그룹 대북사업을 총괄하는 LG상사 이종근 부장은 “신의주는 이제 막 특구로 지정된 것 외에 달라진 게 없다”면서 “불확실한 요인이 너무 많아 지금으로선 관망이 최선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북한의 신의주 특구 지정이 개혁 개방을 위한 획기적 조치라고 평가하면서도 구체적인 진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김준식 부장은 “북한의 경제특구 정책이 개성공단까지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협중앙회는 신의주에 이어 개성공단이 특구로 지정되면 중소기업의 대북 진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중소기업에 대북 경협 정보를 제공하고 북한진출을 알선하는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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