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특구' 단둥 기업인 시각]"양빈 임명 이해못할 일"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41분


《신의주 특별행정구 초대 장관에 임명된 양빈(楊斌·39) 어우야그룹 회장에 대해 단둥(丹東)의 중국 기업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서방 언론을 통해 알려진 만큼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신의주 특수’가 벌써 느껴지는 듯한 단둥에서 몇몇 기업인들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단둥에서 본 양빈〓평양에서 그를 여러 차례 만났다는 한 기업인은 24일 “양 회장은 대외적으로 알려진 만큼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면서 “그가 북한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단둥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이 기업인은 “양 회장이 북한에 1차로 3000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돈을 어디서 끌어올지 모르겠다”면서 “홍콩에 투자한 주식을 팔아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그 액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양의 카지노에서 양 회장을 만난 적이 있는데 카지노에서 도박자금 3만달러를 빌렸고 중국 다롄(大連)에서도 다른 중국 기업인에게 4만달러를 빌렸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기업인은 “양 회장이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사태’ 때 반정부운동을 벌이다가 네덜란드로 망명한 뒤 중국을 상대로 신발장사를 해 10여만달러의 돈을 번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양 회장이 스스로 저장(浙江)성 난징(南京) 출신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태어났으며 이런 인연으로 선양에서 화훼단지를 경영하고 부동산과 건축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양 회장은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양 회장이 행정장관으로 임명된 데 대해 “평양 부근에 채소 비닐하우스 단지를 만들어 평양 주민들에게 채소를 무료로 공급,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환심을 샀으며 김 위원장을 여러 번 면담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양 회장이 평양을 방문하면 벤츠 4대에 경호차가 배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신의주 특구 구상〓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에 대해 중국 단둥시측은 경제적 반사이익을 기대하면서도 특구의 구체적 운용이나 성패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표정들이다.

쑨뎬둥(孫殿東) 단둥시 정부 발전계획 위원회 주임은 24일 “단둥은 신의주 개방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면서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에 따라 단둥은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적인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특구를 개발하려면 무엇보다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전력이나 건설자재 등을 공급할 수 있는 도시는 단둥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단둥시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전력 공급이다. 단둥은 현재 70만∼75만㎾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으나 시에서 쓰고 남는 여유전력이 50만㎾나 돼 이를 북한에 유상지원할 경우 당장 현금이 들어오게 된다는 것.

북한은 수풍발전소에서 전력을 끌어다 쓰고 있으나 수풍과 신의주간 길이가 60여㎞나 되고 송전선이 너무 낡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단둥은 신의주까지 1㎞의 송전선만 건설하면 바로 전력을 가져다 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단둥시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에 대한 발표만 했을 뿐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알려진 것이 없다”면서 “23일 평안북도 대외경제분야의 국과장급 간부 몇 명을 만났으나 이들은 오히려 단둥시에서 어떤 정보를 파악하고 있느냐고 되물었다”고 밝혔다.

대북한 무역을 십수년째 해온 한 중국 기업인은 “신의주 경제특구의 성공 여부는 반반”이라면서 “중국의 경제특구가 성공한 것은 배후의 엄청난 시장 잠재력에 외국자본들이 매력을 느꼈기 때문이지만 북한은 인구가 2000여만명밖에 되지 않는 데다 구매력도 없다”고 말했다.

단둥〓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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