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 외곽세력 수혈 추진

  • 입력 2002년 9월 19일 16시 46분


“가슴이 두근거린다. 추석에 새 옷을 입을 때처럼….”

19일 민주당사에서 처음 소집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인사를 했다.

노 후보는 이날 앞으로 민주당의 방향과 대선전략에 대한 몇 가지 구상을 제시했다.

그 하나는 유시민(柳時敏)씨가 주도하는 ‘개혁적 국민정당’과의 통합이다. 노 후보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앞으로 정치가 미래로 가는 방향으로 외연을 확대할 것이며 새 정치세력과의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유시민씨의 ‘개혁적 국민정당’은 훌륭한 통합대상으로 그들이 창당을 마친 뒤 당당히 협상의 과정을 거쳐 통합할 것은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선대위를 출범시킨 만큼 내친 김에 민주당을 당명개정 정도가 아닌 ‘개혁세력 통합 신당’으로 일신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을 드러낸 셈이다.

노 후보는 또 당외 선대위원장에 박찬석(朴贊石) 전 경북대 총장을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외 개혁세력에 대한 광범위한 수혈을 통해 명실상부하게 민주당을 ‘새 옷’으로 갈아 입히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가 행보를 재촉하면서 당내 ‘반작용’도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노 후보의 개혁세력 연대론에 대해 반노 진영은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다소 활동이 주춤했던 탈당파 의원들도 추석 연휴기간 중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회동해 앞으로의 활동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탈당파의 중심인 박상규(朴尙奎) 의원에게 탈당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인사는 김원길(金元吉) 의원을 비롯해 수도권의 K, K, K, K, C의원과 중부권의 H, P의원 등 모두 9명이며, 수도권의 또 다른 C의원도 탈당합류 의사를 최근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중진 K, C, C, P, P의원 등 또 다른 10여명도 탈당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노 후보의 개혁신당론을 통합신당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선언으로 간주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 이후로 미뤘던 이들의 ‘거사(擧事) 계획’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탈당파 및 반노 진영과의 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구당파 의원들도 그동안 ‘통합신당 창당’을 내용으로 서명작업을 벌인 결과 모두 67명의 의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과반수 이상의 서명 결과를 토대로 추석 이후 당무위원회의를 소집, 통합수임기구 구성을 밀어붙일 계획이어서 추석 직후 친노(親盧)-반노간 세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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