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국정조사' 한나라-민주당 전략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43분


‘정책공방보다 정권 비리를 캐는 데 집중해야 한다.’(한나라당)

‘국정조사를 정쟁의 장(場)으로 만들어선 안된다.’(민주당)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속셈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나라당은 공적자금 비리와 연관된 정권 실세들을 청문회 무대에 세워 정권비리로 몰고 가겠다는 생각인 반면 민주당은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의 ‘원죄론’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큰 것만 터뜨린다’〓한나라당은 이번 청문회가 연말 대선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당내 ‘공격수’들을 국조 특위에 모두 집결시켰다.

당 공적자금 국정조사특위 박종근(朴鍾根) 위원장은 “국정조사 과제로 100가지 의혹과 비리를 선정,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며 △국민부담이 200조원이 넘게 된 과정 △향후 25년간 갚을 공적자금 원리금 212조원의 상환재원 △정부의 특정재벌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 규명 등을 중점과제로 제시했다.

한나라당은 외부의 제보를 받기 위해 이날 공적자금비리신고센터(02-782-1230)도 개설했다. 이와 함께 외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구성, 공격 포인트를 엄선하고 있다.

특위간사를 재경위 소속 박종근 의원에서 경찰서장 출신인 엄호성(嚴虎聲) 의원으로 전격 교체하고 홍준표(洪準杓) 심재철(沈在哲) 이성헌(李性憲) 의원 등 강경파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도 전면 공세를 위한 포석 때문이다.

▽민주당,‘더 이상 양보는 없다’〓민주당은 한나라당에 국정조사 카드를 양보한 만큼 여기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재정경제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康奉均) 의원을 지원팀장으로 내세워 원내 정책실과 당 정책위원회 전문위원들이 총동원돼 국정조사 준비에 나섰다.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은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청문회에서 ‘정치쇼’를 하려고 한다”며 “우리 당은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이지 않고 공적자금이 제대로 쓰였는지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충분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우리 당이 경제전문가와 법률통을 중심으로 특위위원을 짠 반면 한나라당은 온통 ‘저격수’들만 배치해 놓았다”며 “정치공세로 공적자금 청문회가 난장판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청문회에서 자칫 정부를 비호하는 듯한 인상만 줄 경우 여론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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