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헌재소장 국정감사 증인채택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08분


국회 법사위가 6일 ‘국회의 권위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이번 정기국회 국정감사기간 중 실시되는 대법원(10월2일)과 헌법재판소(9월16일)에 대한 감사기간 중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과 윤영철(尹永哲) 헌법재판소장을 직접 증인으로 출석시켜 답변을 듣기로 합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법사위측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측은 즉각 “최고재판기관인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장을 국회 감사장에 불러내겠다는 것은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위헌적 발상이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국회 법사위 함석재(咸錫宰) 위원장과 한나라당 간사 김용균(金容鈞), 민주당 간사 함승희(咸承熙)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 일정 및 진행방식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입법부인 국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올해 국감부터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이 직접 감사에 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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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는 10일 전체회의에서 이를 의결하는 대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통보할 예정이다. 두 기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는 지금까지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장이, 헌법재판소는 사무처장이 국감장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게 관례였다.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은 피감기관의 장이기 때문에 증인에 해당되지만, 감사 개시 직후 인사말만 한 뒤 국감장을 퇴장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 오석준(吳碩峻) 공보관은 “대법원장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과거 권위주의 시절 대법원장이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적은 있지만 대법원장이 국회에서 증언하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굳어진 관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회가 새삼스럽게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증언을 들으려는 데 대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기존의 관례가 있는데 국회가 왜 갑자기 관례를 바꾸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부의견을 모아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측은 이날 관계자 회의를 갖고 공보관을 통해 공식 대응을 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측도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헌법재판소장을 국회에 부른다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재판에 관여하려는 것 아니냐”며 “이는 국회가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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