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과학]CDMA 북한진출 물거품 위기

  • 입력 2002년 9월 4일 17시 30분


국내 부호분할다중접속(CDMA) 휴대전화 업체들의 북한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4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삼성전자 등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북한 내 CDMA 사업이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수출 규제 규정에 묶여 표류하고 있다.

북한이 이라크 등과 함께 테러지원국으로 묶여 있어 한국 업체들이 미 퀄컴사의 원천 기술을 쓴 CDMA 장비를 제공하려면 미국 상무부로부터 수출 라이선스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미 정부는 최근 정보통신부에 주한 미대사관 관계자들을 보내 북한 내 CDMA 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뜻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통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 정부가 북한 내 CDMA 사업에 필요한 장비 반출을 허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혀와 북한과의 CDMA 협상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해교전 사태로 중단됐던 남북 CDMA 협상의 재개 전망은 불투명해졌으며 SK텔레콤과 KT 등 업체들간의 컨소시엄 구성 작업도 모두 중단됐다. 또 정통부와 국내 업체들이 애착을 보여온 북한 CDMA 사업에 제동이 걸림에 따라 CDMA 해외사업권을 놓고 한 미 양국간에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에 앞서 남북한은 6월 평양에서 첫 남북통신회담을 열고 평양 및 남포 일원에서 CDMA 휴대전화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해 남북 휴대전화 교류시대를 예고했었다.

미대사관 김정임 공보관은 “아직까지 한국 업체로부터 북한에 대한 CDMA 장비 수출을 허가해 달라는 신청이 접수되지 않아 이에 대한 미 정부의 확정된 방침은 없다”고 밝혔다.

정통부와 국내 업체들은 이에 따라 원천기술 보유사인 퀄컴이 직접 나서서 미 정부를 설득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양준철(梁俊喆) 정통부 국제협력관은 “CDMA 대북 수출은 남북간 휴대전화 기술방식의 통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현재로서는 대북 수출에 필요한 라이선스를 받기가 어려워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