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금-병풍…정국주도권 경쟁

  • 입력 2002년 8월 16일 18시 48분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통해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아들 병역 공방에 따른 수세 국면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병풍(兵風) 공세를 계속함으로써 정국 이슈가 공적자금 문제로 전환되는 것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나라당〓서청원(徐淸源) 대표는 1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 26, 27일 열리는 총리지명자 인사청문회 이전에 국정조사에 착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가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가 접촉을 회피해 국정조사 문제협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보고하자 서 대표는 “정 총무 집이라도 찾아가 협의를 이끌어 내라”고 독려했다. ‘최선을 다해’ 민주당과 협의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명분을 축적하라는 얘기였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끝내 국정조사 일정에 합의해주지 않을 경우 22일부터 전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 대기하며 실력 행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공적자금 국정조사에 매달리는 일차적 이유는 이를 통해 병풍공방의 수세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다. 156조원의 국민 세금이 투입돼 이중 69조원이 회수불능 상태인 공적자금 문제에 관한한 국민적 공분 매우 크기 때문에 충분히 병풍공방을 덮을 수 있다는 판단인 것. 핵심 관계자는 “당 여론조사 결과 국민 71%가 국정조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문제에 관해선 강공으로 가도 별 문제없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

▽민주당〓16일 병역비리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10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결정했다.이는 병풍 공방이 이회창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만큼 이를 대선까지 이어가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강공책이다. 15일부터 정국상황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휴일 없이 매일 대책회의를 갖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한나라당이 병역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방해 왜곡하고 있으며 이 국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공적자금 문제를 들고 나오고 있다”며 “이 문제에 관한 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효석(金孝錫) 제2정조위원장도 “한나라당이 병풍 국면을 전환시키기 위해 공적자금을 들고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97년 대선 당시 국세청을 통해 정치자금을 낸 ‘세풍(稅風)’ 관련 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얼마나 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됐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공적자금 국정조사를 강행 처리할 경우 이 후보 아들 병역비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요구해 맞불을 놓는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주장의 명분
한나라당의 국정조사 강행 논리민주당의 병풍 철저 규명 논리
-민주당의 병역비리 주장은 정권 차원의 정치공작이므로 당장 관계자를 구속하고 수사를 끝내야 한다.-공적자금은 거액의 혈세가 투입된 만큼 철저하게 규명돼야 하며 국민 대다수가 국정조사를 원하고 있다.-국민이 재·보궐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에 과반수 의석을 준 것은 여론에 따라 행동하라는 것이다.-국정조사를 위해 최대한 협조를 구하고 있으나 민주당이 거부하면 단독조사도 불가피하다. -대통령후보와 가족의 병역의무에 관한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한나라당이 병풍으로 수세에 몰리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급하게 국정조사를 강행하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예보채 차환발행 동의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아 국가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단독국정조사 강행은 과반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횡포이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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