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黨갈등 1주일 미봉

  • 입력 2002년 8월 1일 19시 47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오른쪽)와 한화갑 대표 - 김동주기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오른쪽)와 한화갑 대표 - 김동주기자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의 '헤쳐모여'식 신당창당 발언으로 확산되던 신당론이 1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후보와 한 대표의 '8·8 재·보선 이전 신당논의 자제' 합의로 일단 수면아래로 잠복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잠정합의는 선거를 염두에 둔 일시적 미봉일 뿐, 재·보선후 신당론의 불길이 더욱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긴급봉합 배경…선거앞둔 盧-韓 정면충돌 큰부담▼

선거전의 와중에서 노 후보와 한 대표가 신당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듯한 양상은 피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두 사람 다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재·보선에 출마한 후보들로부터는 “가뜩이나 여론도 불리한 판에 신당 논의로 힘을 빼느냐. 선거 후 없어질 당에 누가 표를 주겠느냐”는 반발이 중앙당에 쇄도했다는 후문이다.

한 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자신의 최근 ‘기득권 포기’ 발언이 ‘선(先) 후보직 사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해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은 “신당이 결성되더라도 후보 선출시까지는 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위가 유지된다는 취지의 해명을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재·보선 이후 신당론이 불거질 경우 “외부인사 영입을 위해서는 백지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한 대표와 ‘노 후보 중심의 개혁신당’을 구상 중인 노 후보측간의 신경전이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재보선 이후엔 통합론자 ‘先사퇴’ 재점화 가능성▼

중도파 의원들은 재·보선 이후 당 공식기구를 통해 신당론을 공론화할 움직임이다. 특히 당(黨) 대 당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내 통합수임기구의 출범이 급선무인 만큼 신당론자들은 전당대회 대신 중앙위원회의를 소집, 통합수임기구를 결성한 뒤 자민련 민국당 한국미래연합 등과 통합협상을 벌여나간다는 복안이다.

이 과정에서 노 후보측이 반발하고 나설 가능성도 높아 신당론자들과 노 후보측의 첫번째 전선(戰線)은 통합수임기구 구성에서부터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 당 비주류들은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설 공산이 크다. 이들은 “노 후보가 후보직을 유지하는 한 외부인사 영입이나 신당결성이 어렵다”는 명분을 앞세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 대표를 비롯해 한광옥(韓光玉)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 등 중도파들은 ‘노 후보를 신당에 참여시켜야 한다’는 고민 때문에 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중도파들은 현재 노 후보를 설득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하지만 신당에서 형성될 ‘새로운 질서’에 의구심을 갖는 노 후보를 설득할 묘수가 아직은 없다는 얘기다.

▼盧후보 고민 가세땐 색깔 희석… 홀로가자▼

내심은 10월 경 외부 개혁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노무현 피’를 수혈하는 재창당으로 흐르고 있지만 당내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신당론을 대놓고 반대할 수만도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한 대표마저 신당론에 가세한 상황에서 노 후보 진영이 당내 소수파에 불과하다는 점도 현실적 한계다. 더욱이 ‘민주당+자민련’ ‘민주당+자민련+민국당’ 등 구시대 정치로의 회귀로 귀결될 가능성이 큰 거대 신당에 대해서는 이념적 스펙트럼의 차이 때문에라도 선뜻 손을 들 수 없는 상황이다.

노 후보가 가장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신당논의로 허송세월하면서 결국 원점으로 되돌아가는 경우다. 노 후보측의 한 핵심인사는 최근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이한동(李漢東) 전 총리 등을 접촉, 신당이나 민주당 재경선 참여여부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노 후보측은 “8월말까지 신당의 프로그램과 윤곽이 나와야 한다”며 시한을 못박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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