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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7월 2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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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집회 선거에서 미디어 선거로〓정당연설회가 폐지되고 대선후보의 거리유세가 금지되면 예전에 가장 주요한 선거운동방식이었던 청중집회는 구경하기 힘들게 된다.
반면 대선후보들은 23일 간의 선거기간 중 12차례의 TV합동연설에 나서야 한다. TV합동연설은 군소후보를 포함해 후보자 전원이 참가하게 되며 각 후보들은 정해진 순서에 따라 일정 시간 동안 상호 토론없이 자신의 정견을 순차적으로 밝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여기에다 97년 대선부터 도입된 TV토론(선거기간 중 3차례 이상)을 해야 하고, 이번에 대폭 확대된 방송연설(최대 22회), 방송광고(최대 200회), 합동신문광고(30회), 개별신문광고(최대 80회)까지 감안하면 완벽한 미디어선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선거기간 중 이틀에 한번꼴로 TV합동연설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고, 민주당도 합동연설보다는 TV토론 횟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반응을 보여 TV합동연설이 실현되기까지는 논란이 예상된다. 양당 모두 군소 후보까지 참여하는 합동연설은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자금조달 투명화〓개혁안은 언론매체를 활용하는 비용은 대부분 국고에서 부담하는 대신 정치권의 자금조달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어 음성적인 자금줄을 차단하는 데에도 비중을 두었다.
우선 정치자금의 수입 지출은 반드시 선관위에 신고한 단일 예금계좌를 사용토록 했고, 일정액 이상의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지출할 때에는 수표와 신용카드 사용을 의무화해 정치자금의 모금부터 지출까지의 전 과정을 선관위가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 절차를 구체화하는 동시에 연간 100만원 이상 정치자금 기부자의 인적사항을 공개키로 한 것도 ‘혁신적’이라는 평가다. 그동안 정치자금의 모금내용은 총액만 선관위에 신고토록 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어 일종의 성역처럼 여겨져 왔다.
중앙선관위 김호열(金弧烈) 선거관리실장은 이와 관련, “정치권의 반발이 심하겠지만 잘못된 정치현실을 바로잡는 게 개혁이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0달러(약 24만원), 영국은 200파운드(약 40만원), 네덜란드는 5000유로(약 65만원) 이상 기부할 때에 기부자의 실명을 공개하게 돼 있는 만큼 우리도 더 이상 비공개 원칙을 고수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당 몸집 줄이기〓중앙당 축소, 지구당 폐지, 정당의 시도지부 및 지구당 후원회의 폐지 등도 정치권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제안이다.
선관위는 그동안 논의돼온 법인세 1% 정치자금 조성 방안을 도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국민의 자발적인 정치자금 기부 풍토를 조성한다는 차원에서 미국의 ‘3달러 체크 오프제도’를 원용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소득세 연말 정산시 납부세액 중 5000원을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는 제도의 도입을 제안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