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주간지 슈칸신초(週刊新潮)는 17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73년부터 79년까지 이곳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망명한 북한의 여성과학자 이미(李美·가명·48)씨가 망명 전에 남긴 수기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 잡지는 이씨가 평안물리대학을 졸업한 뒤 영변 핵개발 시설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그의 부모와 오빠 부부도 원자력과학위원회에서 근무하고 있는 엘리트 집안의 딸이라고 소개하고 그의 증언은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제3국 망명은 일본의 비정부조직(NGO) ‘구하라! 북한민중, 긴급행동 네트워크(RENK)’의 대표 이영화(李英化) 간사이(關西)대 교수가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의 증언에 따르면 핵개발 시설 내에 있는 연구동은 비밀유지를 위해 101호, 304호, 206호 연구소와 175공장, 66사업소, 8월기업소처럼 모두 숫자로 돼 있다. 건물간 정보교환은 철저히 차단돼 있으며 직원은 2만여명으로 이들은 급료 외에도 급료의 20∼30%에 해당하는 기밀유지비를 받고 있다.
이 중 8월기업소는 우라늄을 직접 가공하고 2월기업소는 원자로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두 시설은 삼림 속에 숨겨져 있어 정찰기로도 찾아내기 어렵다. 또 “핵개발 시설에 사용되는 모든 물자는 영변 약산 지하에 판 인공동굴 속에 숨겨져 있다”고 이씨는 증언했다. 이씨는 “근무자들이 당초 흰 연구복을 입었으나 인공위성 정찰을 의식해 현재는 군복을 입고 있다”면서 “90년대 초반 핵사찰을 받을 때는 사찰 직전에 간부와 가족들에게 장교복을 입혀 황해북도 평산군의 비밀기지로 이송시켰다”고 말했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핵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은 30대 전후의 김서인 박사다. 김 박사는 부모도 핵 전문가로 부모가 옛 소련에 유학할 때 태어났다. 김 박사는 천재성을 인정받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배려로 13세 때 몰래 외국유학을 떠나 21세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 국방위원장은 김 박사 외에 20여명의 젊은 박사를 양성해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있는데 “나는 20명의 신세대 박사의 도움으로 조국을 통일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이씨는 증언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