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국무회의'…안익태선생 유가 이미 정부 소유

  • 입력 2002년 7월 10일 18시 15분


안익태 선생의 유택 앞에 선 로리타 안 여사(가운데). - 동아일보 자료사진
안익태 선생의 유택 앞에 선 로리타 안 여사(가운데). -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9일 국무회의에서 ‘매입 후 기념관으로 보존하겠다’고 결정했던 애국가 작곡가 고 안익태(安益泰) 선생의 스페인 옛집은 이미 12년 전 교포 기업인이 매입해 정부에 기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 본보 7월10일자 A27면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 같은 사실은 국무회의에서 안 선생 거택 기념관 사업화를 제안했던 전윤철(田允喆)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물론 최성홍(崔成泓) 외교통상부장관도 몰랐던 것으로, 정부가 대외 재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즉흥적인 정책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대구 인터불고호텔 등 국내외에 20여개 계열사를 둔 인터불고(IB)그룹은 10일 “정부가 사들이겠다고 발표한 안 선생의 거택은 권영호(權榮浩·60) 그룹 회장이 90년에 사비로 사들여 정부에 기증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스페인에서 원양업체를 운영하던 권 회장은 안 선생이 타계할 때까지 20여년을 살았고 부인 로리타 안 여사가 현재 살고 있는 마요르카섬의 집을 집주인이 매물로 내놓아 안 선생의 발자취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재 12만6000달러를 들여 사들였다.

권 회장은 13만달러를 더 들여 이 집을 대대적으로 수리한 뒤 △로리타 안 여사가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할 것 △선생의 유품을 전시하며 기념관으로 보존할 것 등의 조건을 붙여 정부에 기증했으며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까지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른 채 전 부총리는 9일 국무회의에서 유럽지역 순방결과를 설명하면서 안익태 기념관 사업화 방안을 제안했고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실무적인 방안 수립을 지시했던 것.

재경부는 이에 대해 “현지 교민들의 건의를 그대로 전달하면서 혼선이 생겼다”며 “거택을 더 잘 보존해 기념관으로 만드는 일은 계획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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