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후보 발언 전문

  • 입력 2002년 6월 17일 11시 12분


오늘 회의에서 당의 진로에 대해 중대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안다.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제 자신의 거취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여러분들의 판단과 결정을 지켜보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통령후보로서 이번 선거 참패와 개인 지지도 하락까지 겹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당원 동지께 송구스럽다. 공식 비공식으로 논의했는데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 결정에 대해 원칙적으로 아무런 이의가 없다.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를 하면 심각한 내부 분열과 권력투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고 '8·8' 재보궐선거에도 또다시 책임을 묻는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8·8 재보선 이후 책임을 묻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8·8 재보선까지 전력을 다한 이후에 모든 문제를 일거에 정리하자는 것이다. 8·8 재보선 이후에 후보 경선을 다시 해도 좋다는 생각이다.

대통령후보 교체 이야기와 영입 이야기가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나는 개혁과 통합노선을 감안해 원칙 없는 영입에는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외부인사 영입 주장이 있어 제 입장만 관철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누구든지 후보로 나와 경선을 한다고 해도 수용하겠다.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국민 경선을 통해 다시 후보를 뽑는 것도 수용하겠다. 8·8 재보선에 전력투구하고 특별기구를 설치해 공천 절차도 새롭게 해야 할 것이다.

정치부패에 대한 청산문제는 단절과 차별화의 문제가 아니다. 부패청산 프로그램을 제시해야 8·8 재보선을 치를 수 있다.

외람된 얘기지만 모든 책임을 나에게 물어달라. 지도부 책임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나 이 선거결과에 대해 지도부가 권한을 행사하거나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결정적인 원인이 지도부에게 있는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선거결과를 놓고 다시 지도부를 짠다면 승복할 수 있겠는가. 마음에 안 들면 흔들어도 좋다는 것은 안 된다. 지도부 책임에 대한 논란은 자제했으면 좋겠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집단지도체제 전체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지금 전당대회가 되나.

모든 책임을 제게 물어주시고 8·8 재보선 이후 지지여부를 다시 물어도 좋다. 그때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다시 뽑는다 해도 수용할 수 있다. 이의없이 수용하겠다. 만약 해석에 의문이 있다면 당의 해석에 따르겠다.

후보가 된지 한 달이 됐다. 내가 무슨 정책을 짜려고 의원들에게 물어보면 지구당에 가서 경선에 몰두하고 있었다. 중앙당으로 올라오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한달은 너무 짧았다. 자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민주당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에 초점을 모아달라.

제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는 자리이므로 자리를 떠나는 것도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 패배주의를 씻고 새로운 활로를 만드는 계기가 되도록 하자.

<최영해기자>yhchoi6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