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현장을 가다 - 부산 해운대구청장[국제신문]

  • 입력 2002년 6월 3일 14시 01분


부산 해운대구청장 선거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독특한 대결구도 때문이다.

우선 ‘성대결’과 ‘오누이 대결’이 복합된 선거구다. 한나라당이 여성할당 차원에서 허옥경(44) 후보를 공천했으나 이에 반발한 오빠 허훈(47) 후보가 탈당후 무소속으로 출마해 ‘오누이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마지막 관선 구청장을 지낸 무소속 김홍구(52) 후보와 선거전문 당료출신의 무소속 황덕일(56) 후보가 가세해 4파전이 됐다.

2일 열린 합동연설회는 이번 선거가 이런 구도하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허옥경 후보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시대가 필요로 하는 도덕성은 여성이 훨씬 높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정책전문가다” 등의 언급이 대표적이다. ‘오누이 대결’에 대해선 “‘남매가 어떠니’ 하는 말로 어부지리를 노리는 후보가 있다”는 식으로 비켜갔다.

반면 허훈 후보는 “여동생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이미 한 가정에 얽매인 자연인이 아니다”고 ‘오누이 대결’에 정면으로 다가섰다. 그는 구의원으로서 4년간 구정을 감시한 경험과 전체 유권자(28만9천여명)의 25% 가량이 거주하는 좌동 신시가지 출신이란 점을 바탕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무소속 김 후보는 ‘구관이 명관’이란 논리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행정고시 출신의 정통관료로 마지막 관선 구청장을 지냈던 그는 앞선 3명의 민선 구청장이 모두 행정가가 아니었다는 점에 주목, “구정은 행정가의 손에 맡겨야 한다”고 역설했다.

개인적으론 지난 98년 지방선거와 2000년 재선거 등 두차례에 걸친 낙선의 아픔을 이번 참에 날려버리겠다는 각오다.

무소속 황 후보는 지난 80년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민주산악회 조직부장으로 정계에 투신한 후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부산시지부 사무처장 등을 지낸 ‘골수 정당인’이다. 각종 선거를 현장에서 지휘한 ‘선거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시지부 사무처장으로서 수많은 당정협의에 참여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해운대구를 초일류구로 만들겠다”고 외쳤다.

국제신문 / 이은성기자 silver@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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