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검찰압박' 발언]“한쪽 수사만 잘하고 다른쪽 외면”

  • 입력 2002년 5월 15일 18시 34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15일 검찰을 향해 ‘야당도 수사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은 최근 검찰수사가 한나라당 쪽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민주당 내의 불만을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내에서는 노량진수산시장 사건, ‘패스21’ 사건, 안기부 자금의 총선자금 유입 의혹,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20만달러 제공 의혹 등 한나라당과 관련한 사건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반면 최근 2개월 사이에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가 구속되고 김방림(金芳林) 송영길(宋永吉)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의원 등이 잇따라 소환대상에 오르는 등 당내 인사들이 집중적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검찰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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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 내에서 “검찰은 ‘해방구’”라거나 “검찰이 해도 너무 한다”는 얘기를 흔히 들을 수 있다.

노 후보는 이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두 아들 수사에 대해선 “지금까지 검찰이 원칙대로 공정하게 수사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에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을 경고하고자 한다”면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측근에게 금전이 전달됐고 최규선씨가 이 후보의 주변 인물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이 후보의 미국 방문 등 여러 활동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적절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것은 당내 기류를 의식한 것이다. 노 후보가 “원칙적으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두 아들에 대한 검찰수사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검찰수사에 대한 우려와 경고도 있다”고 말한 것도 당내 기류를 의식한 것.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 주변에서 금품수수 의혹이 나오고 있고 최씨가 이 후보의 주변인물들과 수시로 접촉하면서 이 후보의 미국 방문 등 여러 활동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적절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산시장후보 추대대회에서도 “(검찰이) 한쪽 수사는 잘 하면서 왜 다른 한쪽은 유야무야하느냐. 조금만 신경 쓰면 잘 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느냐”고 말했다.

그동안 집권 여당이라는 점 때문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온 민주당은 DJ의 탈당으로 여당의 굴레를 벗어 던진 만큼 이제 할 말은 해야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박병윤(朴炳潤) 정책위의장은 9일 “검찰권 행사가 편파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법이 정부 여당에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야당에는 지나치게 관대하게 집행되고 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14일 간부회의에서도 함승희(咸承熙) 의원 등은 “최씨가 이 후보 측에 20만달러를 건네줬다는 것을 들었다는 진술이 확보됐을 때 당이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노 후보의 대(對)검찰 공세는 한 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에 대비한 ‘검찰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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