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검찰 최규선 소환 늦췄나

  • 입력 2002년 5월 8일 18시 39분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청와대에 자신의 검찰 소환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최씨 소환이 적정한 시점에 이뤄졌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씨는 지난달 14일 김현섭(金賢燮) 대통령민정비서관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검찰 소환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최근 공개된 녹음테이프에서 밝혔다.

김 비서관이 최씨와의 통화에서 “최규선씨 소환을 오늘쯤 해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검찰 관계자가 묻던데…”라고 말했다고 최씨가 주장해 검찰이 청와대와 최씨의 소환 시기 등을 조율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는 또 “지난달 14일 최성규(崔成奎) 전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이 홍콩으로 출국하기 직전 전화통화에서 ‘네가 (검찰에) 들어가면 나라가 뒤집어진다. 검찰도 지금 시간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 비서관은 “최씨가 요청한 것은 사실이나 ‘청와대가 간여할 일이 아니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검찰도 “청와대를 포함해 어느 누구와도 최씨의 소환 시기를 조율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의 전 비서 천호영(千浩榮)씨가 최씨를 검찰에 고발한 시점은 지난달 8일. 검찰은 지난달 10일 수사 착수를 공식 발표했고 최씨는 같은 달 16일 검찰에 소환돼 19일 구속됐다. 최씨가 김 비서관과 출두 시점을 놓고 통화한 것은 지난달 14일.

검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지 4일이 지나 최씨가 소환 연기를 요청했고 그 이틀 후에 소환이 이뤄진 것.

검찰과 청와대의 조율 의혹을 제기하는 측은 천씨가 3월 말 최씨의 비리를 시민단체 홈페이지에 올린 직후 언론을 통해 그 사실이 공개됐기 때문에 4월 초부터 사실상 수사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비리 의혹의 핵심인 최씨를 일단 불러놓고 수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혐의를 추궁할 근거도 없이 피의자를 소환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의 범죄 혐의에 대한 단서는 지난달 14일 처음 확보됐고 그때부터 최씨에게 지속적으로 출두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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